[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벤처캐피털(VC) 산업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 정부가 공언한 '제2벤처붐'과 함께 새해 모태펀드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인 800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2000년 무렵 첫 번째 벤처붐이 지난 이후 제2 벤처 붐이 조성되기까지 모험투자 영역에 꾸준히 자금을 투입해 온 모태펀드 역할이 컸다. 창업 초기기업과 지방기업, 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 독립영화, 관광·스포츠업종을 넘어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와 도시재생까지 모태펀드가 초기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다. 모태펀드의 마중물 공급으로 10월 기준 신규 벤처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3조524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KVIC) 모태펀드뿐만 아니라 엔젤모펀드, 해외 VC글로벌펀드 등 다양한 모펀드를 운용하며 국내 창업·벤처생태계에 모험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한국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는 이영민 대표는 20여년간 국내 벤처투자시장을 선도한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모험자금부터 성장자금까지 지속적인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대담=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내년 예산이 꽤 많이 반영됐는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파격적으로 예산을 많이 반영했다. 박 장관 본인께서도 벤처투자에 관심이 크다. 한국벤처투자 대표 취임 이전까지만 해도 창업과 벤처투자에 과연 이 정도까지 관심이 클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중기부 공무원을 만나면 기본적으로 모두가 창업과 벤처기업에 관심이 많다. 중기부가 하는 역할이 소상공인과 자영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여러 영역을 맡고 있는데, 중기부 내부에서도 정책 초점을 국가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창업과 벤처기업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느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벤처붐에 대한 기억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 얼마 전에도 박장관께서 프랑스 디지털 경제부 장관을 만났는데 스타트업이나 벤처 관련해서 정책적 무게를 두는 것이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라고 하시더라. 세계가 다 같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는 분위기다. 하다못해 남미도 그렇게 움직인다. 남미 역시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데 공들인다. 우리 역시도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정부나 기관에서 벤처투자를 지원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벤처에 관심을 기울인다. 국정감사 때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국정감사 전후로도 의원실에서 직접 만나 들어보면 여야 모두 기본적인 포지션은 마찬가지다. 벤처 육성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

분위기 자체가 벤처투자업계와 벤처기업 입장에서 모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 제2벤처붐을 외치는 것이 말뿐만이 아니다. 신규 벤처투자 규모와 신규 벤처펀드 결성 등 지표도 좋게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 자체가 벤처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대 산학협력교수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대 학생이 그간 창업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나.

▲약 4년 반을 벤처투자업계를 떠나 학교에 있었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복수전공할 수 있도록 만든 벤처경영연합전공을 맡았다. 서울대 학생이 과거에는 창업이 활발한 편이 분명히 아니었다. 이제는 매년 40명씩 들어온다. 보통 2~3학년 공대생이 많다. 이번 여름방학까지 100명 정도가 학위를 받고 졸업했는데 이 친구들이 창업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창업하지 않아도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등 분위기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물론 대기업 가는 친구들이 있지만, 로스쿨로 가기도 한다. 로스쿨 가는 친구도 창업하기 위해 가는 경우가 있다. 법률 분야에서 창업을 하고 싶어서다. 학교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례를 많이 접했다. 5년 전과 최근 1~2년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창업에 특화된 친구들이 창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그만큼 창업에 강한 의지가 없던 학생들도 창업하는 친구들과 함께 창업하는 사례가 많이 느는 것 같다. 제자들이 창업해 VC로부터 받은 투자금 누적액이 400억원이 넘는다.

이렇게 창업한 학생들이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실패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자신의 커리어에 흠이 된다고 여기기 보다는 자산으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 기업에서도 창업 경험을 강하게 해 본 친구들을 선호한다. 다른 신입사원과는 다르게 무엇인가를 지시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일을 처리할 줄 아는 거다. 작은 회사이지만 큰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하는 관점이 다르다. 우리가 취업해서 경력 쌓다가 다시 회사를 옮기는 것처럼 창업 자체도 하나의 중요한 커리어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창업이 그냥 잃는 장사였다면 이제는 다르다. 물론 젊은 학생의 창업에는 아이디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내공이 부족할 수 있다. 다만 젊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창업을 경험하는 것이 자신에게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금융회사나 대기업, 고시 등 과거 대학생의 졸업 이후 행보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바람직하다. 벤처캐피털(VC)에서 일할 때만해도 창업을 단순히 투자 관점에서 봤는데 학교에서 반대로 창업하는 친구들 편에서 보게 되니까 생각보다 창업자들이 상당히 스마트하고 열심히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과거에는 젊은 친구들이 창업한다고 할 때 경험을 쌓으라고 했다면 이제는 창업이 더 경험을 빨리 쌓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서울대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교에서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위한 코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창업 관련 강의를 많이 하면 관심 없던 친구도 노출이 된다. 정말 훌륭한 재능을 가졌지만 큰 관심이 없던 학생까지도 창업으로 관심을 보이게 된다. 좋은 사례가 등장할 수록 '저 선배도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같이 창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최근 모태펀드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벤처캐피털도 펀드 규모가 점차 대형화하면서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펀드가 대형화하는 것은 VC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VC 시장에 오래 몸 담았던 VC를 중심으로 이제는 주류 시장이 형성됐다.

좋은 기업이 나와서 성장하고 성장 이후에는 그 뒤를 잇는 초기기업이 나와야 건강한 생태계다. VC 시장도 마찬가지 단계라도 보아야 한다. 초기 투자에 집중하던 VC가 더 크게 펀드를 운용하는 대형사로 성장하고 또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하고 새로운 회사가 등장해야 한다. 저희 역시도 그런 변화에 맞추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투자하는 VC가 있는 것처럼, 마이크로 VC나 액셀러레이터, 개인투자조합까지 감안해서 모두 맞춤형으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펀드 종류가 다양해질 수록 한국벤처투자가 하는 일은 더 많아지겠다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한국벤처투자가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있는 기관은 아니니까 정책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많이 할수록 좋다고 본다. 물론 필요 없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손이 많이 가더라도 꾸준히 해야만 한다.

이제는 작은 기업에만 투자해서도 안되고 작은 기업이 대형회사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스케일업(Scale-Up) 펀드도 해야 한다. 물론 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하고 있는 그로스업(Growth-Up) 펀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규모가 커져서 기업가치가 1000억원 수준이 되더라도 계속적인 투자와 성장이 필요하니 그런 부분에도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물론 수천억원 단위가 되면 우리 손을 떠나 PE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1000억원 안팎으로는 성장할 수 있도록 모태펀드가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형펀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펀드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분화해 특화 펀드를 만드는 사례도 많다고 들었고, 수익도 좋다고 들었다.

▲이제는 업종별로 전문화가 되기도 하고 각 투자 단계(스테이지, stage) 단위로도 전문화가 되고 있다. 투자 업력이 길다고 모두 대형화하는 것도 아니다. 상당히 긴 업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초기기업에만 집중해 투자하는 VC가 생기고 있다. 목적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성장 단계에서 수십억 단위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초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투자사가 많아지는 것이 전체 시장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대형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제일 좋은 것은 같은 VC에서 후속 투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초기 투자 이후에 다른 VC에게 지분을 넘기는 일이 서로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투자받은 회사가 잘하기만 하면 추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서로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벤처투자 신규 예산 편성이 8000억원에 이른다. 새해 모태펀드 운용 계획은.

▲새해 1월 말이면 모태펀드 운용방향이 잡힐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사업예산 대부분이 본예산보다는 추경에 치우쳐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예산이 미리 확정돼 펀드 운용 예측가능성과 안정적 운용이 가능해졌다. 중기부 방침대로 혁신 창업에 대한 신규 펀드 조성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DNA 등 혁신 영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통을 해결하면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초기 모험자금부터 유니콘 성장까지 지속 지원"

○이영민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석사, 상명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코웰창업투자를 거쳐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창립 멤버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여년간 국내 벤처투자시장을 선도한 벤처투자업계 전문가다.

지난 9월까지는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에서 산학협력교수로 활동하며 대학생에게 벤처캐피털 실무 경험을 가르치며 창업현장을 경험했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벤처투자 실무부터 창업 현장, 공공 영역 출자 관리 등 벤처생태계 전반을 두루 겪은 손꼽히는 업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정리=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