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신남방으로 투자 영토 확장...투자 규모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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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가 신남방으로 투자 영토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 집중돼 있던 해외 벤처 투자가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의 해외 투자 규모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세안 지도, 출처: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아세안 지도, 출처: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VC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해외 투자 확대를 위한 거점 확보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한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LB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VC 중심으로 중장기 단위에서 현지 법인 설립을 타진한다.

벤처투자업계의 동남아 시장 관심은 벤처캐피털리스트 인재 양성 연수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2019년 글로벌(동남아) 벤처캐피털리스트 인재 양성 과정' 해외 연수는 신청자가 몰려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창업투자회사·신기술금융회사 등 VC뿐만 아니라 대학 산학협력단, 투자자문회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신청이 몰렸다. 연수단은 다음 달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현지 파견 국내 증권사와 투자기업, 산업단지 등을 방문한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올해가 아니라 1~2년 전에 해외 연수를 기획하는 것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면서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VC 수요가 상당히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벤처투자업계의 해외 투자는 2018년 무렵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국내 VC의 해외 투자는 2017년 1908억원에서 2018년 319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도 이미 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해외 신규 투자가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기존에 미국과 중국에 치우쳐 있던 해외 투자가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투자 규모는 2015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12억원에서 2016년 112억원, 2017년 378억원, 2018년 608억원으로 증가했다. 베트남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 47억원의 투자가 이뤄진 이후 7년 만에 투자가 나왔고, 2018년에는 투자 규모가 100억원을 돌파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여타 동남아 국가 대비 벤처투자 생태계가 일찍 자리 잡은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소재 기업 가운데 일부는 대규모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는 반면에 일부 기업은 가능성이 있지만 제대로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투자 양극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지 거점을 확보해 가까이에서 기업을 살피는 동시에 현지 기관투자가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도 개선 역시 VC가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이유의 하나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VC의 해외 투자 규제가 큰 폭으로 완화된다. 현행 법령에는 국내 VC가 벤처펀드 40%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 다른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투자에만 집중하기에는 국내 VC 규모도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진 만큼 해외로 시각을 돌려야 할 때”라면서 “벤처투자촉진법이 순조롭게 통과돼 국내 VC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