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북미 벤처·기술투자 확대...AI 퀀트 플랫폼 고도화"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대체투자와 북미 벤처·기술투자를 확대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 기반 퀀트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한국투자공사(사장 최희남)는 6일 간담회를 열고 올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북미 벤처와 기술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공사(KIC) 최희남 사장이 6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2019년 투자 성과와 2020년 운용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공사)
한국투자공사(KIC) 최희남 사장이 6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2019년 투자 성과와 2020년 운용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공사)

KIC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외환보유고 일부를 위탁받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2005년 출범 후 위탁원금은 총 1081억달러(약 127조원), 운용자산 규모는 총 1573억달러(약 185조원)다.

KIC는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위주에서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헤지펀드 등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점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통자산이 전체 투자자산의 84.4%를 차지했다. 대체자산 비중은 15.6%로 245억달러(28조9247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직전년도 대비 14% 늘었다.

최초 투자 이후 연환산 수익률은 전통자산 4.94%, 대체자산 7.56%로 나타났다. 사모주식 8.09%, 부동산과 인프라 8.05%, 헤지펀드 5.28%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헤지펀드는 올해 비중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전체 대체투자에서 헤지펀드 비중은 21%다. 헤지펀드 투자를 시작한 2010년 당시 헤지펀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높은 성과가 기대됐지만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대체투자 특성 상 시간이 지나면서 헤지펀드 리스크가 커졌고 매력은 예전같지 않다는 게 내부 평가다.

KIC는 안정 수익률을 위해 분산투자 차원에서 대체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 일환으로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북미 전초기지로 삼고 현지 벤처·기술투자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오는 3분기를 목표로 사무소를 설립한다.

최희남 사장은 “현지 연기금, 사모투자 업무집행사원(GP), 자산운용사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현지 투자 기회를 조기 포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역량 강화도 지원한다.

KIC가 보유한 해외투자 경험과 정보 접근성 등을 활용해 국내 기관과 공동 투자도 추진한다. 이미 지난해 4건의 부동산·인프라 분야 공동투자를 추진했으나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 사장은 “해외는 빠른 투자 결정이 핵심인데 국내 기관 특성상 리스크 관리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쉽지 않고 원하는 수익률도 각기 달라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올해도 해외 공동투자를 추진해 해외 투자역량과 수익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 기반 계량분석(퀀트) 전략에도 속도를 낸다. 기존에 주가, 제무제표 등 전통 데이터를 넘어 실적발표 등에서 발생한 대화록 데이터를 자연어 처리기법으로 분석해 반영한다. 이미 지난해 9월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해 시범 적용했다. 올해는 뉴스, 주식 소유주 등 신규 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중 대용량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퀀트시스템 도 구축할 계획이다. 퀀트 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대양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 부사장은 “자연어 데이터를 분석해 반영하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지난해 말 시범 적용했는데 성과가 좋았다”며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식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향후 2~3년 동안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하면 퀀트 운용 전략을 다변화해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