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고폰, 리사이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하성문 SK네트웍스 ICT사업담당
하성문 SK네트웍스 ICT사업담당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까. 모닝콜부터 날씨 확인, 뉴스 및 정보 검색, 업무 처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등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500만대, 전 세계에 15억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아직 보급률이 20%에 못 미치는 나라가 있다는 점, 평균 교체 주기가 34개월로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짧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많은 스마트폰이 생산돼 쌓여 갈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나날이 커 가는 스마트폰 세상을 반길 수만은 없다. 휴대폰 구성에 필수 자원인 탄탈룸은 콜탄이라는 원석에서 추출한다. 콜탄의 매장지와 고릴라 서식지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을 건드리지 않으면 콜탄을 추출할 수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 생산이 증가할수록 고릴라의 생활 터전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주변 땅이 불태워지고 파헤쳐져서 서식지를 빼앗긴 고릴라가 멸종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배터리 주성분인 코발트의 채굴도 언론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세계 최대 생산지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코발트로 인한 환경 파괴와 아동 수만명이 월 6달러를 받고 코발트 채굴에 동원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 과정에는 상당한 환경·사회 비용이 발생한다. 언젠가 우리 삶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구성물을 다른 친환경 물질로 단번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생산에서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제조 과정에서는 사용 후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 도덕 또는 사회 문제가 없는 자원, 도시광산 등을 통해 확보된 자원 등을 발굴·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통 과정에서는 신제품을 공급하는 물류뿐만 아니라 소비자 사용이 끝난 불용 또는 폐기물 제품 수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중고폰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자 기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재사용과 재활용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전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기에게 필요성이 사라진 제품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중고제품 순환에 나서야 한다. 서랍이나 장롱 속에 있는 먼지 쌓인 중고폰을 꺼내 팔거나 기부하고,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과 같은 환경부 산하 기관 등에 보내는 것도 기기 재사용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권장할 만한 행동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생태계 모두가 한 번 만들어진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제조사의 운용체계(OS) 업데이트와 사후 서비스 제도 적극 활용, 리퍼비시 모델 활성화, 정부와 기관 등 중고폰 재활용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이 이뤄져야 한다.

20여년 동안 모바일 디바이스 유통 사업을 펼쳐 온 SK네트웍스는 연간 휴대폰 700만대를 유통하는 사업자로서 기업의 사회 책임을 고민해 오다가 2017년 '정보통신기술(ICT) 디바이스 리사이클 사업을 통해 사회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방향성을 잡았다. 이후 이 분야의 역량 있는 금강시스템즈와 같은 기업과 힘을 합쳐 '민팃'이라는 리사이클 사업 브랜드를 만들었고, 지난해 인공지능(AI)을 통한 가격산정 시스템 기반의 중고폰 무인 매입기를 선보였다.

민팃ATM 모델에 소비자도 반응했다. '민팃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진행한 기부 프로그램 효과는 예상 이상이었다. 중고폰 기부금액을 정보기술(IT) 취약계층에게 전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에만 3000대가 넘는 중고폰 기부가 이뤄졌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고객들의 마음이 반영된 덕분이다.

이 같은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SK네트웍스 민팃 사업에는 무인 매입 기술 개발 업체, 폐휴대폰 리사이클을 위한 도시광산 업체, 기부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국제구호단체 등이 동참했다.

스마트폰 생산과 소비-재사용-재활용-자원 순환으로 이어지는 바람직한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고 진정한 사회 변화를 일궈 내기 위해서는 기업, 소비자, 정부, 비정부기구(NGO) 등 우리 모두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와 윤택함만을 바라보지 않고 환경·사회 측면을 포함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하성문 SK네트웍스 ICT사업담당 hsm@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