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바이오' 웃을 때 아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한국을 주목한다. 한때 확진자가 폭증하며 확진자 규모 세계 2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투명한 정보 공개, 대규모 진단 검사 등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모범 국가로 거듭났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는 K-바이오를 상징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이자 선진국인 미국에 국내 진단키트 수출을 했다. 이외에도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으로 K진단키트가 코로나19 대응 선봉에 섰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진단키트·치료제 개발 성과의 낭보는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들게 하기 충분하다. 더 나아가 세계 의약품 시장을 이끌어 갈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하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밝지 않다.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신약 개발·진단 기업의 상황은 처참하다. 상장사 주식은 대부분 반토막이 나 전환사채(CB) 만기를 걱정하는 기업까지 생겨났다. 신규 CB 발행도 대부분 막혀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상장을 기대한 기업도 올 상반기 성과는 없었다. 실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SCM생명과학은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투자 제안을 거의 받지 못했다. 결국 기업공개(IPO) 연기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에 상장을 기획한 기업 대부분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로 상장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바이오 산업은 가능성을 먹고 사는 분야다. 반도체, 소프트웨어(SW)와 달리 신약이 나오기 전까지 눈에 보이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제품이 없다. 다만 '가능성'만 있을 뿐이다. 당장 확실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경기 변동이 큰 상황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시작된 K-바이오 축배는 지금으로 충분하다. 코로나19 이후의 K-바이오 산업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자영업자·제조기업 지원책을 그대로 바이오업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 K바이오 경쟁력이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처럼 현재 위기 대응이 향후 K바이오의 미래를 결정한다.

[기자수첩]'K-바이오' 웃을 때 아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