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렌터카 훔쳐 사망사고 청소년 엄중 처벌' 청원에...“처벌강화 외 교육측면 고려해야”

청와대.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청와대.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청와대는 2일 '렌터카 훔쳐 사망사고 낸 청소년 엄중 처벌' 청원에 대해 “소년범죄 문제는 처벌 강화 뿐 아니라 사회복지 및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촉법소년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 아픔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나, 처벌강화가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데 효과적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청원은 100만7040명이 동의했다.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정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으로 인해 유사청원 중 가장 많은 수의 동의를 기록했다.

청원인은 지난 3월 29일 새벽 대전에서 훔친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다 청년을 치어 사망하게 한 8명의 10대 청소년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는 올해 대학입학을 앞두고 늦은 새벽까지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청년이었다.

가해 청소년 8명은 모두 법원의 소년보호사건 전담재판부인 소년부로 송치됐다. 7명은 판결이 확정됐다. 2명은 2년의 장기소년원 송치처분이 내려졌다. 4명은 2년의 장기보호관찰 및 6개월 시설위탁 처분, 나머지 1명은 2년의 장기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승용차를 운전한 이모 군은 추가 범죄가 발견돼 심리 중이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무엇보다도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청소년 범죄예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성인과 동일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와 20대 국회는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논의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해 합의되지 못했다. 특히 소년범죄 문제는 처벌 강화라는 형사사법적 측면 외에도 범죄 소년을 올바르게 교육시켜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하는 사회복지 및 교육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소년법 개정과 관련된 4차례 공청회와 6차례 국민청원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가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며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인하가 범죄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외의 사례를 찾을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형사미성년 연령을 15세에서 14세로 낮췄다가 다시 15세로 올린 덴마크 사례도 소개했다. 형사미성년 연령을 낮춘 직후 형사처벌을 받은 14세 소년의 재범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견되고 전체 소년범죄 감소 효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다시 15세로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강 센터장은 “UN 아동인권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촉법소년의 형사처벌 문제와 관련해 현행 14세인 한국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인하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종합 고려할 때,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처벌 부과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호관찰 처분 대폭 강화 △야간외출제한명령 엄정 감독 △학생 전담 보호관찰관 제도 확대 △보호자 특별교육 등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확대 △소년원 수용 기간 인성교육 대폭 강화 △소년원 교육과정 대폭 개선 △불구속상태 재판 과정에서의 2차 범죄 방지를 위한 '피해자 접근금지' '재판 전 보호관찰' 등의 내용을 담은 소년법 개정 추진 등을 약속했다.

강 센터장은 “촉법소년을 형사처벌해 가해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다친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할 것인지, 촉법소년을 선도하고 범죄 피해자를 어떤 방법으로 보호·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모아 국민께서 납득할 때까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