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화학,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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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시장 전략거점 유력 검토
최근 투자한 완성차 공장과 연계
배터리 안정적 공급처도 확보
정의선·구광모 회동 갖고 협력 논의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 동남아시아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력 후보지로 인도네시아가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완성차 공장을 짓는 데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기업 유치에 나섬에 따라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합작사는 전기차 전용 배터리 셀 제조부터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게 배터리팩과 시스템 생산을 맡을 예정이다. 자세한 투자 규모와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합작사 지분율은 현대차 51%, LG화학 49%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논의를 상당 기간 진행했으며, 현지 공장 설립에 따른 각종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논의를 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당국과의 최종 협의는 올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합작사가 세워질 후보지로는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 현대차가 최근 투자를 시작한 인도네시아 자동차 공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베카시의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말까지 연간 15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2030년에는 연간 25만대 규모로 확대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아세안 전략 거점으로 육성한다. 아세안 지역은 국가별로 5∼80%에 이르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공략이 어렵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중이 40% 이상이면 아세안 지역 안에서 완성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이 주어져 이 같은 사업 환경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안정적 배터리 공급처 확보와 투자 부담 경감을 위해 현대차와 합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 전략으로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와 함께 중요 지역별 합작사 설립을 추진해 왔다.


작년 11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작년 11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현재까지 동남아 지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이 세워진 사례가 없어 합작이 성사되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작사 추진은 글로벌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 최초 시도다. 특히 기아차는 셀토스 등 전기차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할 계획이어서 양측 후보지로 최적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 LG그룹 경영진들과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LG그룹 구광모 대표가 오창공장 본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 LG그룹 경영진들과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LG그룹 구광모 대표가 오창공장 본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22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첫 공식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22일 오전 구 회장과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전기차와 관련한 포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LG화학은 현대모비스와 전기차 배터리팩 업체인 에이치엘그린파워를 설립하고, 현대차 전기차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오는 2022년에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도 LG화학이 공급사로 선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합작사 논의가 영향을 받지만 현대차와 LG화학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컨센서스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차와 LG화학 관계자는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앞에서 현대차 최윤석 인도네시아공장 법인장(왼쪽 첫 번째)이 그랩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 인도네시아 대표(왼쪽 두 번째)에게 차량 열쇠 모형을 전달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앞에서 현대차 최윤석 인도네시아공장 법인장(왼쪽 첫 번째)이 그랩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 인도네시아 대표(왼쪽 두 번째)에게 차량 열쇠 모형을 전달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