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4>무늬만 디지털 전환?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4>무늬만 디지털 전환?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인들의 회의 모습은 차마 지도자라 말하기에 부끄럽다. 사진 한 장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밀착해 있어 그들이 주장하는 '생활 속 거리 두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무늬만 거리 두기다. 대체로 '무늬만'이라는 말은 실망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목표를 이해하고 있다는 긍정의 표현일 수도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4>무늬만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업의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학교는 다음 학기도 온라인으로 강의할 요량이다.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고, 영화관보다 온라인 극장이 성행한다. 디지털사회의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기술과 친해질수록 기존 사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등 미래 국가의 경쟁력은 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히 오프라인의 일상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무늬만'이어서 안타깝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변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종이신문 한계 극복을 위해 단순히 매체를 인터넷으로 옮겼다 해서 '진정한 인터넷신문'이 될 수 없다.

인터넷에는 시공간 제약이 없다. 공간이 무한히 열려 있고, 순식간에 세계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현재와 동등한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 개방성도 인터넷 특성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폭탄이 존재하지만 개방성의 매력은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지능화와 자동화로 대변되는 인터넷 특성도 인공지능(AI)과 통신 기술이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특성이 부분 적용되거나 온라인 미러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터넷신문에서 종이신문을 연상하고, 온라인 강의가 교실 강의와 별반 다름이 없음을 느끼면 무늬만 디지털 전환인 셈이다. 인터넷이나 가상현실(VR)에서 자연스레 뉴스를 만나고, 일상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사이버 강의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 급격한 변화는 어려워도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는 심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4>무늬만 디지털 전환?

디지털 전환 성공을 위해 생활의 변화를 솔선해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물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불편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비판 논리도 있지만 변화를 주도하는 소비자는 발전을 견인하는 동력이다. 신문에서 영상을 읽고 5단 신문 기사를 장문의 소설처럼 대할 수 있는 인터넷 신문은 쉽게 구현될 수 있다. 가상의 현실공간에서 실험하고 토론하는 교실 구현도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지 않다.

변화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장애다. 오프라인의 법과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그들의 타성 때문이다. 오프라인과는 엄연히 다른 온라인 환경에서 옛 방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바보짓임을 알면서도 이를 행하는 것은 '양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은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물론 고무신을 고집하는 이유부터 버려야 한다. 법조계가 규제 변화의 필요성을 알긴 아는지 궁금하다.
세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시대의 소명이다. 그러나 단순한 형태 전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소비자가 주도하고 기술이 뒷받침하는 디지털 전환은 미래 산업과 경제 순위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멀리 보고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4>무늬만 디지털 전환?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