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2>인공지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2>인공지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인공지능(AI)를 전공해서 정보를 보호할 겁니다.” '정보 보호를 전공하기 위해 AI를 배운다'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최근 AI 유행으로 컴퓨터학과 지원자의 절반 이상이 AI를 전공하겠다고 한다. AI만 배우면 장래가 보장된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AI가 전부는 아님에도 많은 정책 입안자와 기업 경영인은 막연히 AI를 도입하면 성공한다고 믿고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2>인공지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AI는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대량 축적하고 상관관계를 수학으로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하나다. 알파고가 당대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격파하고, 걸출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학계와 사회의 주목을 받는 총아일 뿐이다. 그러나 걸출한 스타가 등장할수록 그 별이 더 오래 세상을 비출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AI 산업은 '전문가 양성과 응용 분야 지원'의 두 가지 축으로 구분해서 육성해야 한다.

전문가 양성은 AI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보안을 강화하는 구조 및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연구하는 인재 발굴·성장 정책이다. 다수의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수준 높은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 정보 보호를 위한 연합학습, AI 언어 개발, 계산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대학원의 몫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2>인공지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지향하는 AI는 실제로는 AI 응용이다. AI를 도구로 활용해 의료, 교육, 국방, 교통 등 다양한 분야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수많은 바둑 패턴을 학습시킨 알파고,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된 영상 등과 유사한 상관관계를 분석해서 암을 진단하는 서비스 등이다. 자율차와 교육 분야 등 대부분 분야에서 AI를 응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AI 적용이 부적합한 분야, 심지어 AI 사용이 금기되는 분야도 있다. AI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무기 운용, 원자력 발전, 차량 운행 등 분야에서 100% 확실하지 않은 AI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 수 없다. 극히 미세한 불확실성까지 해결한다는 확증 없이 안전이 요구되는 과정을 AI에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한 업무와 결정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은 '컴퓨팅 에너지' 낭비다. AI 산업 발전은 AI 응용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창출하고 정확한 기법과 데이터로 답을 찾아 서비스할 때 가능하다. 유행에 편승해서 무조건 AI를 도입하려는 생각은 실망과 손해만을 낳을 뿐이다. 또 AI와 관련된 소프트웨어(SW), 데이터베이스(DB), 운용체계(OS) 등 고도의 컴퓨팅 기술이 함께 발전하고 사용돼야 한다. 어떤 기술도 홀로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속 컴퓨팅 기술과 통신 발전이 AI 산업을 견인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AI를 활용하기 위해 코딩 등 컴퓨팅의 기본 지식 습득은 필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2>인공지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짝퉁 AI 서비스가 발전을 가로막기도 한다. 단지 매출과 인기를 위해 AI를 사용한 척하는 짝퉁에 실망한 사용자가 결국은 실제 AI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물론 짝퉁을 금지하는 규정은 만들 수 없지만 소비자는 현명하게 선택하고, 시장 자율 기능은 강화돼야 한다. 기술을 유용한 도구로 만드는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