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업계 최고층 '176단 512Gb 낸드' 개발

생산성 35% 향상…내년 중반 양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빅딜 이어
차세대 기술 확보…시장 확대 박차

SK하이닉스의 176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176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반도체업계에서 적층 수가 가장 높은 17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을 통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기술까지 확보,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단수가 가장 높은 176단 512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회사는 내년에 제품 양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을 제공했다.

낸드플래시는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구성하는 핵심 칩이다. 저장 공간을 고층 아파트처럼 세로로 쌓아서 만든다. 저장 공간을 높이 쌓을수록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칩 크기와 제조 원가를 줄이면서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낸드 기술의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96단 낸드플래시부터 차지트랩플래시(CTF) 기술과 고집적 페리언더셀(PUC) 기술을 결합한 '4D'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기술은 셀 사이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번에 개발한 176단 낸드에는 3세대 4D 기술을 탑재해 업계 최고 수준의 웨이퍼 생산성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4D 기술로 비트 생산성이 이전 세대보다 35% 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

칩 성능도 개선됐다. '2분할 셀 영역 선택' 신기술로 셀에서의 읽기 속도는 이전 세대보다 20% 빨라졌다. 또 공정 수 증가 없이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데이터 전송 속도는 기존보다 33% 개선된 1.6Gbps를 구현했다.

층수가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오류도 신기술로 잡아낸다. 셀 내부 전류 감소, 층간 비틀림 및 상하 적층 정렬 불량으로 나타나는 셀 분포 열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셀 층간 높이 감소 기술 △층별 변동 타이밍 제어 기술 △초정밀 정렬 보정 기술을 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내년 중반부터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읽기 속도는 70%, 최대 쓰기 속도는 약 35% 향상된 모바일용 제품을 시작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또 용량을 2배 높인 1테라비트(Tb) 제품을 개발,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 담당은 “SK하이닉스는 4D 낸드의 개척자로서 업계 최고의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10조3000억원을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하는 등 낸드플래시 사업 확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 인수합병(M&A)으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위이던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 업체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176단 낸드플래시 개발 이후 초고층 낸드플래시 기술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76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차세대 초고층 낸드 경쟁 불씨를 지폈기 때문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