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줄인다는데...'디지털 대차계약'은 빠져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위원회가 불법공매도 의심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빌릴 주식 물량을 확인하고 이를 차입하는 계약 전산화에 대한 구체 내용이 담기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국내 기관 등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간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대차거래 계약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에 대한 인식은 저조하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오는 3분기 목표로 공매도 실시간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정작 공매도 핵심인 차입계약 전산화 방안은 미비해 불법공매도 리스크가 여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매도는 주식 차입계약을 맺은 후 공매도 주문을 내고 차입한 주식을 인도한 뒤 공매도 거래를 결제하는 단계로 이뤄진다. 차입계약 시 보통 전화, 이메일, 채팅을 이용하고 거래 내역을 수기로 입력하는데 입력과 검증 과정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공매도 주문을 처리하는 증권사는 간단한 차입 확인 과정만 거칠 뿐 실제 차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불법으로 규정된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불법공매도가 발생하는 대부분 원인이 공매도 거래 내역을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팻 핑거 오류(fat finger error)'로 부른다.

금융위는 종목별로 실시간 공매도 호가를 표시하는 시스템을 1단계로 구축하고 추후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장중 시장전체 공매도 규모와 상위종목 등을 집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당일 매도·매수하는 주문을 적발할 수 있는 기법도 개발해 시스템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불법공매도 적발 주기를 단축하고 실시간 감시하는데 초점을 뒀지만 정작 불법공매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핵심인 차입계약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최근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에서 디지털화한 차입계약 방식과 기존 수기방식을 모두 인정했지만 금융당국 차원에서 차입계약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독려하거나 신규 개발하는 등의 준비는 빠진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디지털 대차거래가 보편화됐고 관련한 다양한 시스템이 상용화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화, 채팅, 이메일을 이용한 대차거래 중심으로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어 수기입력 오류에 따른 불법공매도 리스크가 여전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디지털 대차거래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 부담 문제를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국내 공매도 주체인 기관과 증권사 등이 시스템 적용에 따른 비용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공매도 리스크를 확실히 제거하려면 주식 차입거래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정작 공매도 주체들이 비용부담 문제를 제기하면서 금융위가 디지털 차입거래 도입을 의무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