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방심은 금물…위험한 SUN물

통신·전기 먹통 만드는 태양 고에너지, 지금 지구로 쏟아지면 피해 규모는

[과학핫이슈]방심은 금물…위험한 SUN물

태양이 쏟아내는 고에너지 입자는 지구에 큰 위협이다. 강력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로 쏟아지면 대규모 정전, 통신·전자기기 장애를 유발한다. 이런 이유로 태양 활동을 예측해 일기예보처럼 알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에너지 입자가 태양 어느 곳에서 생성되는지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태양 천체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브룩스 박사 연구팀은 고에너지 입자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발원지를 밝혀낸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윈드 위성이 2014년 1월 적어도 하루 이상 지속한 고에너지 입자 흐름을 측정한 자료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히노데 위성이 포착한 분광학 자료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윈드 위성이 포착한 고에너지 입자의 황(S) 대비 규소(Si) 성분이 태양 대기 맨 밑에 있는 채층에 갇힌 플라스마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곳은 태양 자기장과 플라스마가 대기 외곽까지 뻗어나갔다가 되돌아가며 형성한 고리의 밑부분이다.

연구팀이 이곳의 코로나 자기장 세기를 측정한 결과 245~550가우스(G)에 달했다. 지구 자기장이 0.5G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연구진은 태양 플라스마가 우주로 방출되기 이전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대기에 붙잡혀 있다는 이론을 확인해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성된 고에너지 입자는 대규모 폭발 현상인 '태양 플레어'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 발생하면 초속 수천㎞로 가속된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에 쏟아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지구는 앞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1859년 태양 대폭풍 발생 당시 북미와 유럽이 큰 피해를 입었다. 태양 플레어와 코로나 질량 방출로 인해 생성된 태양 폭풍이 지구 자기장을 강타했다. 현재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강력한 지자기 폭풍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당시 상황을 관측, 발표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 '캐링턴 사건'으로도 불린다.

캐링턴은 그해 9월 1일 거대한 태양 폭발, 즉 '플레어'를 관측했다. 플레어는 정확히 지구를 향하는 CME를 일으켰다. 여기에 포함된 고에너지 입자 등 물질은 평소 같으면 지구까지 3~4일이 걸릴 거리를 약 18시간 만에 주파, 지구에 닿았다.

북미와 유럽 전역 전신 시스템이 먹통됐고 전신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자기장에 반응하는 나침반도 무용지물이 됐다. 당시 자기장 폭풍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로키 산맥에서 발생한 오로라 때문에 광부가 아침인 줄 알고 식사를 준비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기·통신 의존도가 높은 지금은 어떨까.

2013년 6월 미국과 영국 연구진이 캐링턴 사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태양대폭풍이 현재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피해 규모를 추산한 결과 2조6000억달러(약 2929조원) 손실이 예상됐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