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59>새 시장을 찾는다는 것

생산성 프런티어. 누군가는 “현존 최고의 경영 활동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여기에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 뭔가는 좀 모자라지만 다른 어느 것에선가 앞선다면 이 경계선에 나란히 설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모자라는 뭔가를 보충하듯 뭐라도 앞서야 한다는 강박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갈구하는 건 기업에 당연한 욕심이다. 기존 시장에서 쌓은 내공으로 새 시장을 찾아 나서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저가 시장에 매달려 있었다면 브랜드 시장에 진출하는 계획을 꿈꿔 봄 직하다. 비즈니스를 키운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전략 아니겠나 싶다. 이렇게 한 발자국씩 키우고 경쟁자를 하나씩 제쳐 나가듯 말이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이 방식을 터득한 기업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러네이 모본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동시에'의 논리를 터득한 이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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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 중 하나는 우리도 흔히 보는 옐로 테일이라는 호주산 와인이다. 가치 제안은 초창기 시장조사를 살펴보면 쉽게 드러난다. 이들이 초점을 맞추던 시장은 기존 와인 애호가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맥주나 바카르디 같은 혼합주를 즐겨 찾던 이들이었다. 가격도 와인보다는 맥주에 더 가까웠다.

이만한 가격이면 맥주 대신 와인은 어떨까란 제안을 했다. 결과는 하루아침의 스타 탄생이었다. 한때 호주 와인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단일 브랜드로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에 등극하기도 했다.

옐로 테일의 대성공에 빗댄 반대 사례는 어느 유명 자동차회사의 스쿠터였다. 앞 유리에 후면으로 이어진 커버가 있는 안전성은 단연 최고 제품이었다. 실상 이곳 오토바이는 명품으로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스쿠터의 가격은 업계 평균을 한참 넘어섰다. 결국 판매는 기대를 한참 밑돌았고, 훗날 전기스쿠터 버전도 결말은 비슷했다.

이 두 사례를 놓고 두 교수는 뜬금없이 기초 영어문법을 들이댄다. 'A or B'와 'A and B'라는 생각의 차이로 말한다. 옐로 테일은 후자의 성공 사례다. 품질은 최고가 아니지만 가격 대비 선택 가치를 목표로 뒀다. 반면에 스쿠터는 실패 사례다. 성능만 월등하다면 고객의 손이 올라갈 거란 '또는'의 논리에 기댔다.

두 교수는 두 가지 다른 경쟁 논리를 말한다. 하나는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는 법이다. 여기선 뭐라도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반면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새로운 시장을 지향하는 점이다. 이때 기업은 창조나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인가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가치 제안을 창조할 수 없다.

생산성 프런티어는 실상 긴 경계면을 말한다. 그러니 경계선에 선 기업은 여럿 있기 마련이다. 내 옆에는 몇 가지에 나보다 능하지만 다른 몇 가지는 나보다 못한 경쟁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이런 경계선에 섰을 때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새로운 영역이다. 단지 이 한 발자국을 위해서는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또는'의 논리 대신 '동시에'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두 교수가 유행시킨 블루오션도 이런 제안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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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