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신여권' 기반 기술 확보 필요

[사설]'백신여권' 기반 기술 확보 필요

코로나19 '백신여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요 나라가 백신여권 관련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강제적 차원의 코로나19 백신여권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엔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여권 도입에 부정적이다. 반대로 유럽과 영국은 백신여권 도입 찬성 입장이다. 한국은 '갈지자' 행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접종 사실을 증명할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며 도입 의지를 밝혔지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은 부적절하다”며 시기상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신여권은 백신 접종을 확인해 주는 공식 증명서다. 신분 확인이 필수여서 패스포트라는 용어를 쓰지만 백신 접종 시점과 종류, 항체 형성 정보를 담은 일종의 접종 확인서이다. 자국 내 또는 국가끼리 상호협약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보안과 위·변조 방지기술이다. 민감한 개인 의료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유출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완벽한 보안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여기에 인증이라는 특성상 위조나 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백신여권 도입과 관련해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 뉴욕주는 IBM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백신여권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도 백신여권 개발을 위해 블록체인 업체를 선정했다.

백신여권 도입 여부가 정치 문제로 변질하면 안 된다.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특히 백신여권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블록체인은 인터넷 다음에 떠오를 차세대 핵심 기술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여전히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범주에서 논의해 왔다. 기껏해야 시범사업 수준이었다. 백신여권은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을 확인할 좋은 사례다.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새 시장을 만들고 신기술이 꽃필 수 있다는 차원에서라도 백신여권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