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 표준이 뒷받침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주 G7 정상회의와 유럽 2개국 순방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세계 정상들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에 찬사를 쏟아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모바일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 등 K-방역 모델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자 한 우리의 노력이 평가받은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는 국제경제 질서를 바꿔 놓았다. 세계 각국은 인류 번영을 위한 개방과 협력보다 대규모 재정·통화 정책을 토대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K-방역 모델의 국제표준화 사례처럼 표준은 여전히 인류를 널리 이롭게 하며, 새로운 미래 사회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 전환'(DX)이라는 새로운 메가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탄소중립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DX와 탄소중립이 미래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전망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표준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와 'Open-RAN' 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바이오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의 표준 정책을 조율하는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설치하기로 했다.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엄격한 글로벌 규제와 새로운 규범이 예고된 만큼 선진국들은 녹색금융, 탄소국경세 등 자국에 유리한 국제기준을 만들기 위해 탄소중립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 시대에 우리 정부도 오는 2023년까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우리 기술에 의한 300종의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분야 약 20종의 국제표준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구 성과 평가법'을 개정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성과가 표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이 같은 정책적 뒷받침은 지난해 전기·전자 분야 국제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우리나라가 국제표준 제안 세계 2위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 변화는 우리에게 더욱 빠르고 긴밀한 대처를 요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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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등 18개 부처는 DX과 탄소중립 표준화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조3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제5차 국가표준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 이달 14일 발표했다.

미래자동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 등 3대 미래 신성장 산업과 AI·데이터·6세대(6G)이동통신 등 디지털 기술 표준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수소·태양광·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표준을 개발, 탄소중립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실현하는 것이 기본계획의 주요 골자다. 매년 수립하는 국가표준시행계획과 올해 안에 발표할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 등에서도 정부의 실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나아가겠다는 대한민국 대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수립한 제5차 국가표준기본계획이 이러한 정책 실현의 강력한 도구가 돼 DX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moonsw12@mot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