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표준 개발 특별좌담회] "자율주행차 표준으로 신산업 열자"

#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자율주행차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법·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표준을 활용해 기술 사항을 보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제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기술과 사회·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을 고려해 이를 보완하는 표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연방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주별로 자율주행차법을 제정해 사회 원칙을 마련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에서 합의한 표준을 활용해 기술 사항을 보완하고 있다. 유럽은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과 유엔 유럽 경제위원회(UNECE) 규정(Regulation)을 동시에 활용해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7년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해 국가표준 전략을 추진한다. 자율주행 국가표준은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국제표준 선점 경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은 민관 전문가에게 자율주행차 시대의 표준 필요성과 우리나라 준비 현황, 정책 제언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정부 방역수칙에 따라 서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 (가나다 순)

△강명수 한국표준협회(KSA) 회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영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원장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허남용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원장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기술에 있어서 표준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중요성을 갖는가?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이상훈(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표준의 가장 기본 역할은 자율주행 차량과 인프라 등 산업 전반에 호환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품·시스템 간 통합, 서비스 확대, 인프라 구축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율주행차 산업 초기부터 표준을 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이상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인지예측센싱, 정밀측위 등 차량융합, 차량 내·외부를 연결하는 차량통신, 보안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도로상황인지, 자율협력주행 기술 등 도로교통융합 신기술 개발을 본격 지원한다. 국표원은 이와 보조를 맞춰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부처,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자율주행 데이터, 레벨, 차량사물통신(V2X) 보안, 라이다·카메라 등 주요 부품에 대한 국가표준화 작업을 지원한다. 자율주행 버스 안전기능 평가, 자동 운전 시 위험상황을 최소화하는 방법 평가, 실내 위치정보(내비게이션) 시스템 평가, 긴급 상황 시 사고 알림서비스 등 현재 국제표준화 작업을 추진하는 12건 선도기술 제안을 지원한다. 자율주행차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 표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명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 시대, 정보화 시대의 2차 시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융합과 커넥티드 차량으로 대변혁을 이루고 있다. 미래차는 첨단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지능학습과 더불어 차량사물통신(V2X)을 통해 인간처럼 소통한다. 이는 자율주행을 고도화할 것이다. 여기에는 상호 소통을 위한 언어(데이터) 단어 뜻과 문법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지능학습 데이터를 분류하고 포맷 표준이 필요한 이유다. 통일된 단일 언어 효율성은 이미 우리 인간이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데이터) 표준은 산업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제정되고 관련 기관에서 널리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레벨을 통상 1단계에서 5단계로 호칭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표준 논의는 늦은 것 같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허남용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원장
허남용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원장

◇허남용(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원장)=자율주행차 레벨 정의는 산업에는 미국 'SAE J 3016'으로 더 알려져 있다. ISO에서도 SAE와 협력해 국제표준으로 개발을 진행해 지난 9월 '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PAS 22736'으로 발간됐다. 이에 보조를 맞춰서 국표원에서 자율주행 레벨표준 개발 위원회를 운영해 국가표준(KS) 안을 만들었다. 현재 KS 심의위원회 상정 단계에 있다.

자율주행차 레벨 정의는 향후 상용화에 대한 가이드로 언급될 것이다. 법률, 제도 제정뿐 아니라 정책 개발이나 일반 소비자 인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자율주행 레벨 표준은 이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자율주행 레벨 표준은 이후 더욱 확대돼 레벨에 따른 성능요구사항 및 테스트 방법 등이 협의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도 '커넥티비티(Connectivity)'와 협업 자율주행 정의 등 논의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산업 개화를 앞두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표준이 언급되고 있다. 소부장 표준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설명해달라.

김영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원장
김영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원장

◇김영삼(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원장)=자율주행차는 기존 차량이 구성하는 부품과 주요 구성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욱 극명해질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차량용 반도체 등 익히 잘 알고 있는 핵심 부품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조사와 협력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개발이 진행됐다. 기업을 통해 상용화가 촉진되길 희망한다. 그런데 이런 부품은 새 기술이 접목되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성능요구'와 '테스트 환경, 방법' 등에 관해 체계화된 표준화가 필요하다. 부품과 자율주행 시스템 계열화로 산업화가 촉진될 것이다. 향후 전기동력 부품을 포함, 더욱 확대된 표준 협업이 진행되길 희망한다.

-미래차의 또 한 가지 혁신적 변화는 V2X 통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V2X 통신표준과 관련해 정부 관계부처 합의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V2X 보안인증 국가표준 작업반이 출발한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산업 중요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동욱(현대자동차 부사장)=궁극적으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차량 센서 기술뿐 아니라 '차량과 차량(V2V)' '차량과 인프라(V2I)'를 포함한 V2X 통신이 필요하다. 최근 V2X 통신표준 채택을 두고 유럽, 미국 등 주요국 정책방향이 결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관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V2X 통신 신뢰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안·인증에 대한 국가기술 표준이 확립돼야 한다. 이런 보안기술 표준은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표준을 바탕으로 개별 국가별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자율협력주행 인증관리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법'을 개정했다. 국표원은 법 취지를 지원하고자 V2X 보안·인증 국가기술 표준 작업반을 출범했다. 이에 현대차도 함께 노력하고 있다. 국가기술 표준을 신속히 제정해 법과 기술표준 상호 호환성이 확보된 제도 기반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관점에서 국가표준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국가표준과 표준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 있나?

강명수 한국표준협회(KSA) 회장
강명수 한국표준협회(KSA) 회장

◇강명수(한국표준협회 회장)=표준은 자율주행차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상용화 촉진에 중요 역할을 한다. 연관된 다수 기관·전문가의 체계적 논의를 기반으로 도출되는 결과물이다.

표준협회는 올해부터 추진되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 결과가 약 40건 국내·국제표준으로 연계돼 확산되도록 '연구개발(R&D)-표준화추진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차 표준화 포럼' 사무국을 운영하며 차량융합, 도로교통, ICT 분야 등 범부처 표준화 로드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표준은 제정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후 산업화 과정을 지속 준수하면서 개정작업이 후속돼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협회는 올해 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KS 등 산업표준 분야 연구개발 성과 관리 전담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정부 정책이나 인증체계 등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표준을 기반으로 한 정책, 인프라로 확산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영삼=표준과 기술개발은 상황에 따라 선행, 병행, 후행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개발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규모 자율주행차 예타 사업이 수행되고 연차 기획도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표준 전문가와 기술개발 전문가 협력이 이뤄지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소부장, V2X, 데이터, 자율주행레벨 등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표준 아이템을 도출하고 개발하는 협업체계도 중요하다.

◇허남용=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자율주행차 실증단지들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실증단지들은 기술·서비스 실증에 중요 역할을 하겠지만, 표준 실증·확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관점에서 국내 실증단지 협력과 연계를 위한 지원도 이뤄졌으면 한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그동안 표준은 국내 단체표준, 국가표준, 국제표준으로 연계되는 활용성이나 추진 정책 연계성이 부족했다. 이제 법 개정으로 논문, 특허와 더불어 표준도 공식적으로 연구 성과물로 인정받는다. 신산업 전개와 더불어 자율주행차 산업이 모범적으로 이런 표준 연계 체계를 정립하고 새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으로 가시화됐으면 한다. 이러한 철학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법 제정이나 개정에 반영돼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이 국제 경쟁력을 선도하도록 추진됐으면 한다.

-그동안 자동차 분야 국제표준은 미국, 독일 등 일부 선도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진입하면서 국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이상훈=국표원은 신산업인 자율주행차 표준화 역량 강화를 위해 2018년 11월 산학연 기술표준 전문가 약 200명이 참여하는 '자율주행차 표준화 포럼'을 출범해 지원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융합기술 집결체인 만큼 표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분야별 전문가 연대와 협력이 필수다. 이 포럼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표준화를 위한 논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포럼으로 마련한 자율주행차 기술 국제표준 제안, 데이터 국가표준 제정 등 계획을 정부 자율주행차 산업 정책에 반영해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과 자율주행 서비스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차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기술 선도국인 미국, 독일과 소통 채널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시뮬레이션 시험 검증, V2X 보안 등 상호 협력 분야 중심으로 표준화 활동을 추진해 나가겠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데이터, 레벨 등 국가표준을 신속히 정립하고,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인간공학 등 차량융합, V2X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등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나라 개발기술이 세계 시장 룰인 국제표준으로 반영되도록 지원하겠다.

정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