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주4일제, 시대흐름? 시기상조?…20년전 주5일제 논쟁 '데자뷔'

[뉴스줌인]주4일제, 시대흐름? 시기상조?…20년전 주5일제 논쟁 '데자뷔'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이 맞물려 '주 4일 근무제' 논의가 이번 대선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미 주 4일제 도입 기업이 늘고 있고 직장인 만족도가 높아 차기 정부에서 제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배민·토스부터 대기업 SK까지, '워라밸' 추구

최근 수년간 직장인 사이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욕구가 커지며 주 4.5일제, 주 4일제 도입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채용공고 내용 중 구직자가 매력을 느낀 문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59%가 '주 4일·4.5일'을 택한 바 있다. '성과에 따른 조기 진급(38.6%)' '상시 재택근무(16.8%)' 등을 큰 차이로 앞섰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에 따른 성과주의 시대를 넘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내 스타트업 중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월요일 오후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금요일 조기퇴근 제도'를 정례화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2019년 임직원들의 워라밸 실현을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 후 지난해 전 부서로 확대했다. 대기업 중 SK그룹도 격주로 '주 4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주 5일제도 인건비 우려에 반대…주 4일제, 단계적 제도화해야

주 4일 근무제는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대선공약 1호로 내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장기적 국가과제로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근로시간이 단축돼 기업에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고, 고용 창출로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 4일 근무제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흐름으로 보는 찬성진영과 기업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반대진영 간 이견 충돌은 20년 전 '주 5일 근무제' 도입시 붉어졌던 논란과 닮았다. 2001년 12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는 '긴급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후 “주 5일제 정부안은 생산성을 향상시킬 아무런 대책도 없이 결과적으로 인건비만 올리게 된다”면서 “정부안 통과는 경영 의욕을 꺾고 제조업을 이 땅에서 내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전국경제인합회(전경련) 또한 주 5일제가 통과되면 기업 인건비 부담이 9% 정도 증가하고 인건비 비중이 큰 제조업체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논쟁을 거쳐 정부는 2005년 7월이 돼서야 지자체를 포함한 일반 공무원과 300명 이상 중견기업까지 주 5일제를 확대 시행했다.
직장인들은 '주 4일제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대한 대안으로는 “격주 4일제, 부분 재택 근무, 주 4.5일제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면서 “주 4일제를 시행하되 연차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절충안 등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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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