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문명의 새로운 열쇠, 탄소중립과 친환경

한정애 환경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농경이 시작된 이래 문명의 흥망을 좌우하는 세 가지 열쇠로 '총, 균, 쇠'를 지목했다.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걸 보면 '총, 균, 쇠'는 여전한 위력을 떨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종전의 무기, 병균, 금속이 융합된 새로운 흥망성쇠의 열쇠가 등장했다. 바로 탄소중립과 친환경이다. 과거에는 많은 무기와 금속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탄소와 오염물질을 배출해야 문명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염물질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지 오래다. 탄소는 문제가 더 크다. 지구촌에 '기후위기'라는 병을 일으킨 균으로 작용하고, 국가 간에는 '무역장벽'이라는 총이자 쇠가 되었다. 머지않아 유럽연합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은 관세를 낼 판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앞장서서 지난해 7월 공식화했고, 최근에는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대상 범위도 확대하는 강화안까지 발표한 상황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변화 바람이 더 매섭다. 애플, 구글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거래도 없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했다. 시대 흐름에 민감한 금융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환경에 소홀하면 투자를 못 받고 도태하는 시대를 맞았다. 바야흐로 탄소중립과 친환경이 21세기의 새로운 '총, 균, 쇠'가 됐다. 이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주가 시작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경주에 합류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지난해 확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도 함께 이뤄졌다.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한편 탈플라스틱 등 자원순환정책도 대전환하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한 추동력을 확보했다. 환경개선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작년에 관측 이래 최저 수준까지 개선되었고, 물 분야에서는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해 30년간 갈등을 빚었던 낙동강 먹는 물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마련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확대 등 포용적인 환경정책으로 진화시킨 것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변화와 진화 물결 속에서 올해 환경부는 탄소중립 이행 원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전환이 가속되고 환경 성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 탄소중립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정책 목표로 삼고 세 가지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첫째 탄소중립 시현을 위해 사회·경제구조 전환을 가속한다. 산업계의 녹색 전환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이를 견인하는 녹색유망기업을 키운다. 금융 부문에서는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저탄소 산업·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 범국민 탄소중립 생활 실천이 확산할 수 있도록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의 역량 강화도 지원해 상향식 탄소중립 기반을 다질 것이다.

특히 환경부가 중심이 되는 탄소중립 과제는 한 걸음 앞서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폐기물 원천 감량, 플라스틱의 재활용 확대 등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해 탄소중립을 뒷받침한다. 이와 함께 수열·수상태양광 보급을 늘리고 가축 분뇨,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등 유기성 폐자원을 통합해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등 우리 주변의 환경자원을 귀중한 에너지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수송 부문에서도 현재 25만대 수준의 무공해차(전기·수소차)를 두 배로 늘려 누적 50만대 시대를 열 것이다. 이를 지탱하기 위해 주요 교통 거점 중심으로 충전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무선 충전, 배터리 교환 등 신기술도 함께 선보인다.

둘째 통합물관리 성과를 널리 확산한다. 올해는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수량·수질뿐만 아니라 매체(하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진정한 물관리 일원화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국 161개 지자체에 대한 스마트상수도 구축을 완료해서 수량·수질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수도사업 통합으로 수돗물 요금·품질 격차를 해소한다. 홍수·방재가 중심이었던 하천관리도 혁신해 환경·문화·경관까지 모두 아우르는 명품하천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와 재해에도 안전한 물 살림을 꾸려 나간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홍수대응체계를 확립하고,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에도 문제가 없도록 홍수 조절 능력을 키운다. 가뭄에 대해서도 하수, 지하수, 빗물 등 대체 수자원 이용을 확대하는 한편 광역-지방 상수도 간 연계사업 등으로 급수 기반을 확충한다.

셋째 사람·세대·지역 간 환경 격차 해소dp 초점을 맞춘 포용적 환경서비스를 확대한다. 먼저 모든 국민이 언제나 푸른 하늘을 누릴 수 있도록 대기오염물질 저감사업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협력도 더 내실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실내 공기 질과 층간소음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폐기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발생지 처리원칙을 확립하고 공공부문의 수거 책임을 강화한다.

또 환경오염에 취약한 지역과 계층을 선제적으로 살펴서 환경 피해에서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훼손돼 방치된 옛 산단지역(브라운필드)을 복원하는 한편 야생동물 매개질병 관리를 강화하고 사육 곰, 유기 동물 등에 대한 보호 체계를 구축해 동물에게도 포용적인 복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 문명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 말했다. 문명의 새로운 열쇠로 부상한 탄소중립과 친환경이라는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뛰어난 기술혁신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여기에 생활화된 재활용품 분리배출 등 국민들의 열성적인 참여의 경험까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자신 있게 응전할 수 있다. 올 한 해 우리 모두 탄소중립과 친환경을 향한 사회·경제의 대전환과 생활 실천 확산으로 힘껏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