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AI 인재양성 모델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현시대 최고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AI) 전문가인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발간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기계지능이 인간지능을 수십 배 능가하게 될 것이며, 그 시점을 2045년 정도로 예측했다. 전 세계 사회·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디지털전환 기술의 활용을 더욱 가속하면서 현재 AI는 제조, 의료, 교육, 서비스 등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이미 적용되기 시작했다. AI는 점점 진화하고 있으며, AI가 사회 전반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날로 높아 가고 있다.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도국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별로 10개 안팎의 전략기술을 선정해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AI를 단연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적 발전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걸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 정책을 수립해 AI 강국을 향한 기술 생태계 구축 및 전 국민 교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AI가 포함된 국가 필수 10대 전략기술을 발표하고 10년 내 선도국 수준의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이처럼 AI가 산업계 혁신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과 글로벌 주요 기업은 AI 인재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AI 인력은 수요와 비교해 공급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1만4000여명의 국내 AI 인력이 필요한 것에 반해 공급은 같은 기간 40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인력 수요 가운데 64%가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에 대한 요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업 및 연구 현장에서 기술 변화에 신속 대응이 가능한 고급 인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AI 인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다만 AI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바로 영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인력에 대한 AI 재교육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올해 초 AI 교육 기능과 인프라를 갖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AI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습 중심의 실무 역량 제고를 위한 오프라인 교육과 이론 중심의 온라인 교육 등 40여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과 배경을 둔 학습자들이 참가할 수 있어 융합연구 장을 제공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출연연 AI 통합교육은 기술 간 융합이 필수인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또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와 팬데믹, 기후변화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수행 핵심 주체인 출연연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pkc68@kird.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