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등 공동연구팀, 새로운 자폐 유전변이 최초 발견

비-부호화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자 기능 이상
비-부호화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자 기능 이상

우리 연구진이 새로운 자폐 유전변이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자폐증 원인의 새로운 이해와 치료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최정균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공동 연구팀이 아시아 최초로 대규모 한국인 자폐증 가족 코호트를 모집하고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실시해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유전체 영역인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내용은 세계적 정신의학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7월 15일 자에 게재됐다.

자폐증은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이나 이상, 반복적이거나 틀에 박힌 행동 문제가 유아 시절 시작돼 거의 평생 지속되는 뇌 신경 발달장애다.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며,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 약제가 전무하다.

연구진은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비-부호화 유전체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를 세계 최초로 한국인 자폐증 샘플로 제작한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증명했다. 자폐증 근본 원인을 규명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다. 기존 연구 한계를 뛰어넘어 그간 유전체 분야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부호화 영역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발상으로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IBS와 한국연구재단,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사업단 지원을 통해 2011년부터 현재 3708명에 달하는 자폐 환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대규모 한국인 코호트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813명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간 자폐증 유전체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비-부호화 영역을 집중 규명하고자, 연구진은 3차원 공간상의 염색질 상호작용(three-dimensional chromatin interaction)이라는 새로운 분석 방식을 사용했다.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한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폐 유전자 기능에 심각한 이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코호트 한국인 자폐증 가족으로부터 직접 인간 줄기세포를 제작해 태아기 신경세포를 재현했으며, 이러한 생애 초기 신경 발달단계에서 비-부호화 영역의 유전변이에 의해 최대 50만 base-pair(유전체 거리 단위) 이상 떨어져 있는 유전자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경 발달단계 초기부터 질병 발병에 기여한다는 획기적인 자폐증 원인에 대한 발견이다. 연구팀은 그간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쏠려 있던 정신질환 연구 풍토 속에서, 비-부호화 영역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자폐증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프로젝트 제안 및 개시), 서울의대 및 분당서울대병원(코호트 구축 및 임상 평가), KISTI(대용량 컴퓨팅 리소스 및 유전체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 제공), KAIST(비-부호화 영역 유전변이 분석) 공동 연구팀이 통합된 유전체-임상 데이터에 대해 3차원 공간상 염색질 상호작용 분석을 통해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한 유전변이가 자폐증 발병에 기여함을 규명했다.

이는 순수 국내의 임상가와 기초과학자, 생물정보학 전문가의 융합연구로 이뤄낸 성과며,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장-유전체 데이터 기반 코호트 구축과 유전체 분석 모델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대한민국 유전체 연구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자폐 유전체 연구는 지난 10년간 북미와 유럽을 위주로 대규모로 진행됐으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진행됐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김일빈 박사(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는 “신경발달장애 중 자폐증은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유전체 영역의 이상을 한국인 고유의 데이터를 사용해 순수 국내 연구진들의 힘으로 발견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언젠가 이뤄질 자폐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작은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