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52〉혁신을 올려야 할 두 가지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52〉혁신을 올려야 할 두 가지

마켓(Market). 라틴어 메르카투스(mercatus)에서 유래했다. 원래 무역 또는 상업 장소를 의미했으니 시장이란 현대어 의미와 유사한 것 같다. 반면에 상품이란 뜻의 머천다이즈(merchandise)는 고대 프랑스어 마르샹디즈(marchandise)에서 왔고, 이건 다시 무역이나 상업을 뜻하는 라틴어 메르카툼(mercatum)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니 마켓과 머천다이즈는 닮은꼴이다. 학자들은 두 단어의 공통 유래가 상품을 의미하는 라틴어 명사 메르크스(merx)라고 한다. 즉 상품과 시장이란 다른 개념은 한 곳에서 파생된 셈이다.

비즈니스란 뭘까. 답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을 열거하다 보면 종국에는 '그게 진정 비즈니스를 말하는가'란 물음에 말문이 막히게 된다. 다행히 이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그런 기업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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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플이 어떤 기업인지 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혁신 제품을 만들었고, 우리는 이것으로 애플을 다른 기업과 구분한다. 그러니 우리는 혁신으로 비즈니스를 말할 수 있다.

그럼 애플의 비즈니스와 그 정체성은 이것으로 답이 될 수 있을까? 왠지 답은 “천만에요”일 듯하다. 왜냐하면 애플을 떠올리는 데는 그 혁신만큼이나 독특한 마케팅 스타일이 있다. 제품 디자인과 사용자경험을 강조하고, 세간의 이목을 끄는 광고 캠페인은 입소문을 넘어 고객을 흥분과 기대감에 차게 했다.

'싱크 디퍼런트'(Think Different)란 광고를 떠올려 보라. 1997~2002년 진행된 광고 캠페인은 뜬금없는 흑백 화면에 담배 파이프를 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옆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모한다스 간디, 토머스 에디슨, 파블로 피카소, 마리아 칼라스, 존 레넌이 등장한다.

“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적응자. 반란군. 말썽꾸러기들. 사각형 구멍에 둥근 말뚝….” 우리는 이 광고 하나로 애플을 창의성과 혁신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친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천재를 봅니다'란 카피에 많은 소비자가 동조했고, 자신을 이 이미지에 기꺼이 담았다. 그러니 이런 마케팅은 분명 애플 정체성의 한 부분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아마존도 이 점에선 다를 게 없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혁신을 놓치는 법이 없다. 아마존 킨들이나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생각해 보라.

물론 파이어폰이나 여행 예약 서비스로 실패했지만 이것들은 아마존이 다음번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애플에 싱크 디퍼런트가 있다면 아마존엔 프라임 멤버십 캠페인이 있었다. 무료 2일 배송에 스트리밍 비디오, 음악을 붙였다. 이것으로 아마존은 충성 고객을 만들고, 이 비즈니스의 베헤못(Behemoth)이 됐다.

많은 이들이 기억 못하지만 킨들 출시 이벤트도 그럴듯했다. 2007년 킨들은 출시 전에 고객 기대를 잔뜩 부풀게 만들었고, 실상 기대에 보답했다.

애플과 아마존은 비즈니스란 무엇인가에 많은 답을 준다. 거기엔, 특히 성공한 그것엔 혁신과 마케팅이란 두 가지가 분명히 있다. 마치 잘 짜인 드라마처럼 고객이 원하는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하고, 거기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게 모든 것일까. 정답은 아마도 “아니오”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혁신은 항상 그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조했다. 이들에게 마케팅이란 우리가 생각하던 마케팅과 왠지 달라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마케팅이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요,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기도 했다.

혁신을 생각한다면 이것을 올려야 할 두 가지가 있다. 그건 메르카툼은 물론 메르카투스를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것도 애플과 아마존처럼 응당 그래야만 한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