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핵시설 때리는 이스라엘… 피폭 우려에 걸프 긴장

러시아 “이란 원전 폭발시 체르노빌급 재앙”

이란 중부 아라크 중수로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사진=맥사 테크놀로지
이란 중부 아라크 중수로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사진=맥사 테크놀로지

이스라엘이 연일 이란 핵시설을 때리면서, 원전이 파괴될 경우 체르노빌 급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이란 아라크, 나탄즈 등 핵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카르 중수로를 미사일로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7일 공격으로 나탄즈 핵시설 내부에서 방사능 오염이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인근 지역을 위협하는 수준의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유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동시에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란 중부 아라크 중수로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는 모습. 사진=이스라엘군(IDF)
이란 중부 아라크 중수로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는 모습. 사진=이스라엘군(IDF)

특히 주변국들은 이스라엘이 가동 중인 부셰르 원전에 공습할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해당 원전에 전문가를 파견했으며, 원전의 위치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 연안에 있어 이란 수도 테헤란보다 오만,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리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스라엘은 이날 아라크 중수로와 함께 부셰르 원전도 공격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부셰르 원전은 실수로 언급했다고 정정한 바 있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타옴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은 현지 언론 리아노보스티와 인터뷰에서 “가동 중인 (부셰르) 제1원전이 공격받을 경우 체르노빌에 비견할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는 악(惡)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리하체프 사장에 따르면 러시아가 부셰르 원전에 투입한 전문가는 일부 대피했지만, 아직 핵심인력이 현장에 남아있는 상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에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하며 “러시아 전문가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부셰르 원전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미국 CNN은 주변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사능 낙진 대처법이 공유되고 있으며, 언론까지 나서 대처법을 안내하고 있다.

오만에서 공유된 대처법에는 '최악의 상황'(원전 폭발)이 발생할 경우 폐쇄된 실내 공간 안에 들어가 모든 문과 창문을 단단히 봉쇄하고, 에어컨이나 환기 시스템을 꺼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바레인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33개의 대피소를 준비했으며 전국적으로 비상 경보를 시험하고 있다.

대처법에 따라 움직여도 심각한 환경 오염은 피할 수 없다. 걸프 아랍국가 약 6000만 명이 걸프해약에서 생산된 해수를 담수화해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부셰르 원전이 폭발할 시 이를 수원으로 하는 지역에 방사능 오염이 예상된다.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지난 3월 인터뷰에서 부셰르 원전이 '폭파'될, 식수가 단 3일만에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물은 완전히 오염될 것이고, 물도, 물고기도,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생명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