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ESS 도입 사업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도 빠르게 적용될 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발주한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 나온다.
이 사업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호남과 제주, 강원 경북 일부 지역의 전력 계통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ESS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연말까지 준공이 목표로 설비 규모는 총 540메가와트(㎿)로, 총사업비는 최소 1조5000억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2038년까지 약 20기가와트(GW)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추가 입찰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어서, 잇따른 화재 사고로 위축됐던 국내 ESS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일반적으로 ESS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이르기 때문에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배터리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국내 ESS 시장에 LFP 배터리 도입이 본격 이뤄질지 여부다.
LFP 배터리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주력한 제품이 아니었다. 전기차나 ESS에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고출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NCM(니켈·코발트·망간)이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같은 삼원계 배터리에 힘을 실었다. LFP가 저렴해 수익성이 낮은 것도 삼원계에 집중한 배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확산하면서 가격이 중요해졌고, 또 배터리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LFP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LFP는 삼원계와 다른 화학 구조로 열적 안정성이 높아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덜 하다.
이에 LFP는 전기차·ESS로 확산을 시작했는데,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ESS 사업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LFP 배터리로 입찰에 나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시장 경쟁력이 높은 업체 대부분 비용, 화재 안전성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 사업은 국내 ESS 시장에서 LFP 채택이 확대되고 나아가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LFP 개발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엔솔, SK온과 달리 삼성SDI는 NCA 배터리로 입찰에 참여했다. 삼성SDI는 아직 LFP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데다, 국내 생산하는 각형 제품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1차 사업은 규모가 540㎿에 달해 복수 사업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일하게 미국 등에서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사업 수주 경험이 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 대부분을 국내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노리고 있다. SK온은 ESS 사업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