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마쳤다. 당초 예상과 달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이번 만남에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문제, 조선을 비롯한 제조업 협력 등 현안에서 한층 공고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
협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사전에 파악한 대응법이 주효했다. 특히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북한 문제와 일본과의 동맹 강화 현안을 지렛대로 또 다른 난제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 나선 전략이 빛을 발했다.
◇ 북핵 문제 트럼프 나서 줄 것 요청 이후 급물살...APEC서 한·북·미 만날까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숙청'과 '혁명'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이은 탄핵·특검 정국을 염두에 두고 낸 메시지로 읽히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간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돌발행동으로 상대국 정상을 궁지에 몰아넣은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날 발언은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후 미국 측이 정상회담 시작 시각까지 늦추면서 불안감이 극대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해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불안감 속에 시작한 회담은 막상 두 정상의 대화가 이어지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화법이 주효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고쳐진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대한 칭찬을 시작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은 북한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처하고 성과 알리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이후 회담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없는 사이 북한 문제가 악화했다며 자기 역할의 중요성을 스스로 강조했다. 나아가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까지 하면서 대화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초청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깜짝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하면서 두 정상 간 대화는 어느덧 공동의 목표로 진전했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독자 해결이 사실상 어려워진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김으로써 한미 정상회담도 한층 쉽게 풀리게 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8/26/rcv.YNA.20250826.PYH2025082602280001300_P1.jpg)
◇'선 일본, 후 미국' 첫 시도 극찬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먼저 만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첫 순방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는 한미일 동맹 강화를 바라는 미국 측의 요구에 부합하는 선택이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한일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한일 셔틀 외교를 조기에 복원한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아주 소중한 우방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일 관계가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저는 위안부 문제가 과거에 몇 차례 해결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시기에 미리 일본과 만나서 걱정하실 문제를 다 정리했다”며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안보실장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을 통해 “일본을 거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한일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나아가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가고자 하는 대통령의 구상”이라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높이 평가했고 이 대통령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소 연설 때도 극찬이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서도 한국과 일본이 잘 지내는 것이 한미일 협력을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워싱턴=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