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달 간 배달 플랫폼 이용자는 무려 4500만명에 달한다.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 월 이용자는 2300만명이다.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편한 집이 좋아서 또는 시간을 아낀다는 수백가지의 이유로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다.
생활형 서비스를 넘어 인프라가 되어 버린 배민의 매각설이 다시 불거졌다. 단순한 인수합병(M&A) 이슈로 보기에는 파장이 적지 않다. 배달 플랫폼의 중요성은 그저 수천만명의 사람이 '편하게' 이용하는 서비스 수준을 넘어선다. 30만 외식 자영업주와 20만 라이더의 생계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가족까지 감안하면 150만명 이상이 플랫폼 정책 변화와 경영 방향에 영향을 받는다. 배달 플랫폼은 생활 밀착 서비스에 밑단의 엄청난 디지털 혁신과 투자가 결합된, 플랫폼 비즈니스 중 가장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의 소유 구조 변화가 경영 논리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위험하다. 배민은 이미 한 차례 대형 매각을 경험했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 이후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기술 이전에 따른 로열티 지급을 반대하는 이른바 '로드러너' 논란도 나왔다. 글로벌 본사의 전략과 국내 이해관계가 충돌한 사례였다.
이는 국적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 내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봐야 한다. 글로벌 본사 전략이 우선시 될 경우 한국 외식 생태계, 라이더 노동시장, 소비자 후생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본사의 수익성이나 효율성 개선을 위해 우리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는 판단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경제 안보 이슈로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라인'의 데이터 유출 사태 이후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한 사례는, 데이터와 플랫폼을 전략 자산이자 중요 국가 인프라로 인식하는 국제적 흐름을 보여준다.
배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체계는 지역 상권의 사업 구조와 직결된다. 프로모션 방식만 바뀌어도 소상공인의 손익계산서가 달라진다. 라이더의 소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의 전략 하나가 수십만 사업자의 경영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구조다. 이런 플랫폼이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완전히 종속될 경우 국내 경제 생태계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배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달 브랜드이자 생활 인프라다. 운영 방향은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장기적 영속성을 확보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을 보는 투자자가 나서야 한다. 글로벌 수익 극대화보다 한국 사업의 정체성과 생태계, 독립적 경영을 존중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아무리 배민의 덩치가 커졌다 해도 생활 인프라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기업 매각은 시장의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배민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예외가 필요하다. 매각이 추진되면 거쳐야 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 수익성은 중요하지만 가치 지향이 배제된 수익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배민 매각 논의의 핵심은 한국 외식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혜택, 민생경제의 안정을 강화하는 방향인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플랫폼의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에서 나온다. 매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논의의 중심은 '얼마에 팔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가치로 운영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