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석유가격 상한제'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정유 업계는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며 급등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유통되는 석유제품 가격도 빠르게 상승, 휘발유는 불과 보름 사이 리터당 200원, 경유는 300원 가량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일부 지역 주유소에서는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뛰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상한제의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는 석유가격 안정이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것을 완화해 시장 불안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둘째는 시장 왜곡 대응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빠르게 반영되고 내릴 때는 늦게 내려가는 '비대칭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셋째는 균등 부담이다.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누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유 업계는 정부 정책에 협조와 우려의 입장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공급가격을 제한하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했지만 실제 정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정유사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정책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유사가 실제 손실을 입증하면 분기별 사후 정산을 통해 재정으로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기준가격이 주간 평균 가격인 만큼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낮추려는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률은 정부의 제어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가격을 낮춰야만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최고가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가격을 낮췄는데도 정부의 목표에 수렴하지 않는다면 세금의 영역인 제세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후정산을 통한 손실 보전 또한 업계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정유사마다 정제마진 적용 방법, 손익분기점(BEP), 제품 판매량 등이 다른 만큼 손실액을 산정하는 방식도 다르다. 통일된 기준이 없어 손실액을 지급하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정유사들의 손실액은 분기당 수천억 원 규모일 것으로 추측된다.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손실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온전히 정부 재정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 손실액 역시 온전히 보존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