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26 시리즈에서 애플의 에어드롭과 연동되는 파일 공유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아이폰과 갤럭시 이용자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사진이나 영상을 손쉽게 주고받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대학 강의실이나 직장 회의실처럼 서로 다른 운용체계(OS)를 쓰는 이용자들이 뒤섞여 있는 환경에서는 이런 불편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조치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연결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폐쇄적 생태계가 초래해온 이용자 불편의 해소가 가능한 상호운용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로 다른 기기와 서비스가 막힘없이 연결되고 호환되는 문제, 즉 상호운용성이 더 이상 추상적인 규제 담론이나 일부 전문가들만의 논의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는 이용자의 일상 속 편의와 선택권, 나아가 기업의 혁신 전략에도 직결되는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능이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로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 상호운용성은 단순한 편의의 차원을 넘어 시장 경쟁의 질서와 혁신의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연결이 실제 시장에서는 사업자의 이해관계와 운영 방식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폐해의 산물로 지적되는 '록인(lock-in)' 효과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정 OS에서 구매한 앱, 콘텐츠, 구독 서비스, 데이터 등을 다른 생태계로 쉽게 옮기지 못하면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도 제한될 수 있다. 또 자사 서비스와 제3자 서비스 간 접근성이나 이용 조건의 차이 역시 같은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는 모바일을 넘어 디지털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경쟁력은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기와 서비스, 데이터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상호운용성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AI 경쟁 역시 더 이상 개별 모델의 성능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앞으로는 다양한 기기와 데이터, 외부 도구, 서비스가 얼마나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AI 분야에서는 여러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데이터와 도구, 서비스에 보다 손쉽게 공통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AI 서비스에서도 연결성과 호환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이동성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사용자가 연락처, 기본 설정, 사용 기록 등 중요한 데이터를 잃지 않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어야 전환 비용이 낮아지고, 특정 생태계에 묶이는 '록인' 효과도 완화될 수 있다. 데이터 이동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자가 보다 공정한 조건 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개방형 디지털 생태계를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호운용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혁신이 보다 폭넓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전제 조건이자 기본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호운용성, 그리고 데이터 이동성이 보장되는 환경은 국내 기업에도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향후 AI시대의 디지털 경쟁력 역시 폐쇄성보다 연결성과 개방성이 살아 있는 환경 속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원철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w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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