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의료원(이하 의료원)이 인공지능(AI)과 의료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원 운영 구조를 재편하는 'AI 네이티브 병원' 구축에 나선다. 기존 병원들의 스마트병원 프로젝트가 개별 시스템 도입에 머물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의료원 본원(안암)과 구로·안산 등 주요 병원을 AI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진료와 행정 데이터를 연계해 AI가 스스로 성능을 고도화하는 구조로 전환한다.
고려대 의료원은 본원과 산하 병원 등에 의료현장 생성 데이터를 AI 학습으로 환류하는 '자기 고도화 구조' 구축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중앙의 고성능 GPU 인프라는 모델 학습과 고도화를 수행하고, 진료 현장에서는 최적화한 AI가 판독과 기록을 지원한다. 이후 의료진 최종 판단 결과가 다시 중앙으로 반영돼 모델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다.
특히 본원·산하 병원 등을 포함한 의료원 단위 통합 AI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병원 간 데이터가 연계·축적되며, 의료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구조다.
AI 적용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올해 흉부 방사선(X-ray) 판독 지원을 시작으로 CT와 MRI 등 고차원 의료영상으로 범위를 넓히고, 내부망 기반 검색증강생성(RAG) 시스템을 활용한 임상 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을 도입한다.
의료 영상 데이터는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과 연동해 AI가 초기 판독을 수행한 뒤 의료진이 최종 진단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판독 결과는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연계해 환자 진료 이력 관리에 쓰인다.
AI 활용 영역을 순차 확장해 음성 기반 의무기록 작성 등 행정 업무 자동화 영역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료진 반복 업무 부담을 줄이고, 2030년까지 진료와 행정 전반을 아우르는 'AI 중심 병원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려대의료원은 고성능 GPU·NPU 기반 인프라와 온프레미스 기반 RAG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다. 환자 데이터 보안을 고려해 자체 인프라 중심으로 운영하고, 향후 AI 인프라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핵심 자산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세부 투자 비용과 GPU 도입 물량 등은 비공개다.
원내 의료진 역할 재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AI가 기록 보조와 기초 판독을 담당함으로써 의료진은 환자 진료부터 복잡 질환 진단 및 수술 등 고난도 의료 행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I는 단독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 모든 최종 판단은 의료진이 수행하며, AI는 근거 기반 데이터를 제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자체 'AI 안전 가이드라인'과 내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임상 검증과 안전성 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다. 성과 평가는 향후 판독 정확도 향상률, 업무 처리 시간 단축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의료원 의학지능정보본부 관계자는 “의료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지속 학습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료 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