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스티브 잡스 별세 이후 15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며 애플의 체질을 수익·운영 중심으로 바꿨다. 신임 존 터너스 CEO는 기술 혁신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지 주목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신의 문을 열었다면, 팀 쿡은 공급망 효율에 집중하며 '돈 버는'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애플은 쿡 재임 기간 시가총액이 약 3500억달러(약 514조 8500억원)에서 4조달러(약 5884조원)로 커졌고, 연매출도 2011년 회계연도 1080억달러(약 158조 8680억원)에서 2025년 회계연도 4160억달러(약 611조 936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서비스 사업은 1000억달러(약 147조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팀 쿡 현 CEO는 '운영의 애플'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급망과 생산 효율을 다듬는 동시에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신규 하드웨어군을 키우고, 아이클라우드·애플페이·애플뮤직·애플TV 등 서비스를 묶어 이용자 락인(Lock-In)을 강화했다. 여기에 애플 실리콘 전환을 통해 핵심 기술 내재화를 밀어붙이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 촘촘하게 결합했다. 아이폰 판매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던 애플을 생태계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한 것도 쿡 시대의 성과다.
애플은 차기 CEO로 낙점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을 낙점했다. 이는 제품 경쟁력과 기술 중심 경영 기조를 선명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터너스는 아이패드와 에어팟, 아이폰, 맥, 애플워치 등 주요 제품군 하드웨어 개발을 이끌어 왔고, 최근에는 맥북 네오와 아이폰17 프로·프로 맥스, 아이폰 에어 등 최신 라인업 개발에도 관여했다. 애플 내부에서 제품 완성도와 하드웨어 경쟁력을 상징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애플은 이미 자체 설계 칩과 운영체제, 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기 간 연동성을 극대화해 왔는데, 터너스 체제에서는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AI 기능을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웨어러블, 서비스 전반에 녹여내는 작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경쟁을 따라가기 보다 자사 기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하나로 이어지는 '애플식 AI 경험'을 강화하는 쪽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너스 체제에서는 차세대 기기 전략도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애플도 아이폰 이후 성장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전 프로 이후 공간 컴퓨팅 기기, 건강·피트니스 중심 웨어러블 고도화, 자체 칩 기반 온디바이스 AI, 새로운 개인용 디바이스 카테고리 등이 터너스 체제에서 더 중요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터너스가 하드웨어 개발을 주도한 인물인 만큼, 애플은 기존 주력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폼팩터를 통해 차기 수요를 만드는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