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과세당국의 법인세 부과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넷플릭스와 메타에 이어 구글까지 승소하면서 해외 플랫폼 기업 과세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행정9-1부는 7일 구글코리아가 역삼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징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지방세 징수 처분 취소 청구는 각하했다. 지방세는 법인세와 연동되는 만큼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과세당국은 구글코리아가 국내 광고 판매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싱가포르 소재 계열사인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송금한 것과 관련해 지난 2020년 약 1540억원 규모의 법인세 및 지방소득세를 부과했다.
구글아시아퍼시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싱가포르 법인이다.
과세당국은 해당 지급금이 저작권 및 노하우 사용에 따른 '사용료 소득'에 해당해 국내 과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구글코리아 측은 이를 구글아시아퍼시픽의 사업소득으로 봐야 하며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는 만큼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지급금이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나 노하우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구글코리아 측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당국의 잇단 패소 사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코리아는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 가운데 762억원 중 687억원 규모 취소 청구를 인정받았다. 또 메타 역시 약 200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디지털 서비스와 무형자산 중심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 과세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국제조세 체계상 해외 법인의 국내 고정사업장 여부와 사용료·사업소득 구분이 핵심 쟁점이 되는데, 법원이 잇따라 빅테크 측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디지털세 도입 논의와 국제 공조 기반 과세 체계 개편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