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산업 표준 차원에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한 복지·배려 개념을 넘어 게임을 누구나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향유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2일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2026 게임문화포럼-우리 모두의 로그인'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기술·산업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은 글로벌 시장 규모 4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장애인의 게임 이용률은 5.3%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물리적·기술적 접근 장벽뿐 아니라 관련 표준과 인식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 발제에 나선 최은경 한신대 교수는 배리어 프리 e스포츠 대회와 보조기기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게임이 단순 오락을 넘어 교육·체육·직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차원에서도 장애인의 게임 접근권 보장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디 개발사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는 모바일 게임 '서울 2033' 사례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도 접근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기본 내장된 '보이스오버'나 '톡백' 기능에 UI 텍스트를 올바르게 연결하는 '보이스 라벨링' 작업만으로도 시각장애인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며 “AI 코딩 기술을 활용해 접근성 검증(QA) 효율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기반 사례도 소개됐다. 김강 캥스터즈 대표는 휠체어 전용 러닝머신 '휠리엑스'를 기반으로 한 '피지컬 e스포츠' 모델을 발표했다. 그는 “게임 콘텐츠와 운동 데이터를 결합해 장애인 이용자가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기업 스포츠단 고용과 연계해 선수들의 사회 활동과 수익 창출 구조도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은 콘진원 책임연구원은 콘진원이 공개한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시각(14개), 청각(15개), 운동(21개), 인지(17개) 영역을 포함한 총 67개 항목의 체크리스트가 담겼다. 개발사들이 우선순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중요도별 '빨강·노랑·초록' 신호등 체계를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2025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PC 게이머의 84%가 접근성 기능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접근성은 특정 장애인만을 위한 기능이 아니라 모든 이용자를 위한 범용 UI·UX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가이드라인은 규제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개발사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진단 도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는 '강론 단계'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이승훈 게임이용자보호센터장(안양대 교수)은 접근성 논의가 선언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장애인의 게임 플레이 권리는 시혜적 배려가 아니라 헌법상 문화향유권의 문제”라며 “장애인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게임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장권”이라고 말했다.

게임 유튜브 채널 G식백과를 운영하는 김성회 역시 “기업들이 움직이려면 접근성을 사회공헌이 아니라 시장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며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결국 비장애인 이용자의 편의성까지 높이는 '비탈길 효과'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장애인 프로 선수들은 미세한 키 입력 보완 장치와 전용 리그 확대, 체계적인 훈련 환경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향후 과제로 △접근성 지원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 △글로벌 규제 기준과의 연계 △전문 인력 양성 △장애인 이용자가 기획 초기부터 참여하는 '당사자 중심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