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초등생 절반이 챗GPT 쓰는데…AI 교육은 여전히 '실과 한 단원'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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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발전으로 사회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지만, 공교육의 AI 교육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검색과 학습, 대화 속까지 확산한 반면, AI 교육은 여전히 과거 교육과정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67.6%에 달했다. 초등학생도 절반이 넘는 51.2%가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정규 AI 교육은 5·6학년 실과 교과 일부 단원에 편성돼 있을 뿐, 독립된 정보 교과는 없다.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 AI 교육 역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마련될 당시 지금의 AI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AI 접근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과 편향성, 정보 신뢰성, 사고력 저하 가능성 등 최근 떠오른 이슈들은 교육과정에 전혀 담기지 못했다.

김수환 총신대 교수(한국컴퓨터교육학회 부회장)는 “AI 교육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실과 시간에 일부 운영되고 있고 2022년 개정 당시 생성형 AI가 막 등장한 시점이라 교육과정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수 없었다”며 “초등에서 교육 시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초·중·고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연계성 있는 AI 교육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듀플러스]초등생 절반이 챗GPT 쓰는데…AI 교육은 여전히 '실과 한 단원'
AI 교육 현황 개요(표 이미지=클로드)
AI 교육 현황 개요(표 이미지=클로드)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기술의 진화 속도에 맞춰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인 '디지컴프(DigComp)'를 통해 1.0 버전 발표 이후 기술 및 사회 변화에 맞춰 2.0, 2.1, 2.2 등으로 지속적으로 개정해 왔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자국 상황에 맞게 교육 내용을 상시 수정·보완하며 기술 변화와 교육 간 시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도 'CSTA K-12 컴퓨터 과학 교육 표준' 교육과정을 생성형 AI와 AI 윤리 등 최신 흐름을 반영한 방향으로 개편했다. 고정된 교육과정을 수년간 유지하기보다 핵심 지식을 가르치는 부분과 기술 발전, 사회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AI에 관한 학문적·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빠른 현 상황을 고려해 시간이 지나도 가치와 중요성이 유지되는 핵심(Core) 지식과 원리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교육과정 개정은 예산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수반되며 학교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최소 1~2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 도구나 기능 활용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 변화하는 상황이라면 그 내용이 초·중등 교육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 6~7년 주기로 개정되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보급 체계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빈 서울교대 교수도 “2022 개정 교육과정 중 AI 교육이 5·6학년 실과 중심에 머문다면 이미 저학년 단계에서 AI와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현실과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교육 확대가 기술 활용 교육의 조기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강조한다. 저학년은 자기조절과 충동 억제 결과 예측 능력 등이 발달 중인 시기이기 때문에 AI의 출력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탓이다.

박 교수는 “초등학교 중 특히 저학년의 AI 교육은 기능 습득보다 행위 주체성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수용하기 전에 멈추고,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며 자신과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 뒤 스스로 책임 있게 선택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윤리 교육은 기술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기술 앞에서도 인간의 판단력과 책임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라며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AI와 공존하면서도 인간으로서 사고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