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기모 아이비스 대표 “SDV 시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 도전”

440만대 양산 경험 기반으로 자동차·로봇·UAM 연결···데이터 표준화 플랫폼으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남기모 아이비스 대표
남기모 아이비스 대표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고, 데이터로 연결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남기모 아이비스 대표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에 비유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계 장치였던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를 넘어 AI 정의 자동차(ADV)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

아이비스는 2010년 현대오토넷에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과 양산을 담당했던 핵심 인력들이 모여 설립한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남 대표 역시 현대오토넷과 브로드컴에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창업 당시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 구조가 강했다. 그러나 남 대표는 현장에서 차량 내 소프트웨어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변화를 체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보다 창의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와 함께 쌓은 글로벌 양산 경험

아이비스는 창업 초기 현대차·기아의 해외향 AVN과 내비게이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호주, 중동,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와 차종에 대응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험도 축적했다.

2015년부터는 현대차·기아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ccOS 개발 협력업체로 참여해 10년 가까이 양산 경험을 이어오고 있다.

남 대표는 아이비스를 단순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이동체와 인프라에 공통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표준화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아이비스의 핵심 기술은 데이터 표준화 플랫폼 'Alton'과 통신 플랫폼 'Brighton'이다.

Alton은 완성차 업체별로 다른 차량 데이터를 표준화된 구조로 추상화해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차종과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Brighton은 차량 내부 통신과 차량·클라우드 간 외부 통신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남 대표는 “현대차 데이터, BMW 데이터, 도요타 데이터가 모두 다른 구조라면 공통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며 “민감한 데이터는 보호하면서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만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440만대 적용… 실도로에서 검증된 플랫폼

아이비스 플랫폼은 2026년 1분기 기준 440만대 이상의 차량에 적용됐다. 주로 디지털 클러스터 영역에서 양산 실적을 확보했으며 매년 약 200만대씩 적용 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남 대표는 “올해 안에 600만대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도로 환경에서 안정성을 검증한 양산 경험이 아이비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도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기술만으로 진입할 수 없다”며 “A-SPICE, ISO 26262와 같은 글로벌 품질 기준과 긴 양산 주기를 버틸 수 있는 실행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성차와 경쟁 아닌 협업의 시대”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경쟁보다 협업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남 대표는 “완성차가 소프트웨어에 더 많이 투자할수록 전문 기업과의 협업 필요성도 커진다”며 “자동차 산업은 결국 생태계 경쟁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비스는 현대차·기아 양산 경험과 글로벌 표준 기반 플랫폼 구조를 바탕으로 해외 OEM 시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표준은 제약이 아니라 확장의 기반”이라며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표준 기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넘어 로봇·UAM·스마트시티로

아이비스는 자동차를 넘어 로봇, UAM, 스마트시티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남 대표는 모빌리티를 '자동차'가 아닌 '이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 앞에서 UAM을 타고 목적지 인근에서 자율주행차로 환승한 뒤 최종 목적지까지 끊김 없이 이동하는 환경이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이동체와 인프라가 데이터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

향후 비즈니스 모델도 프로젝트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에는 완성차 요구사항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납품했다면 앞으로는 한 번 개발한 플랫폼을 다양한 차종과 고객사에 반복 적용하는 구조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남 대표는 “여러 차량이 서로 통신하며 그룹 주행을 하거나 브랜드가 다른 차량끼리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며 “어떤 서비스가 킬러 서비스가 되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를 가진 기업이 생태계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R&D와 산학연 협력의 힘

국가 R&D와 산학연 협력도 아이비스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특히 차량용 온디바이스 AI와 같은 선행 기술은 중견기업이 자체 투자만으로 장기간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다.

남 대표는 “국가 R&D는 미래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통로”라며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초 기술, 아이비스의 양산 경험이 결합될 때 시장에서 작동하는 기술이 나온다”고 말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아이비스의 미션은 '인간의 감성과 소통하는 기술'이다.

남 대표는 자동차가 사용자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이동 경험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에 탔을 때 자동차가 내가 원하는 길을 안내하고 상황에 맞게 온도와 음악, 공간 분위기를 조절해준다면 이동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기술을 통해 사람의 편의와 안전, 이동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이비스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한국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듯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환경도 앞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회사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