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 100일을 맞아 원·하청 교섭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시행 초기 우려됐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교섭단위 분리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대자동차 등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실제 교섭 의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지난 19일 기준 원청 사업장 439개소를 대상으로 1161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섭 참여 조합원은 약 16만4000명이다. 교섭 요구는 시행 첫 달인 3월 363개 사업장에 집중된 이후 4월 42개소, 5월 23개소가 추가되는 데 그치며 빠르게 안정화됐다. 원청 사업장 1곳당 평균 교섭 요구 건수는 2.6건 수준이다.
현재 노동위원회 판단 절차가 진행된 원청은 141개소이며, 이 가운데 103개소는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하거나 자율적으로 교섭에 나선 사업장을 합치면 총 96개소에서 교섭창구 단일화와 교섭 준비가 진행 중이다. 이 중 51개소는 교섭 의제와 일정을 협의하고 있으며, 인천광역시의료원 등 10개 사업장은 본교섭 단계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교섭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는 노사 모두 처음 경험하는 제도인 만큼 사용자성 판단과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가는 단계”라며 “7~8월부터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제 교섭 과정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어떤 합의가 도출되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현대차에서는 사내 협력업체 카마스터 노조가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위원회는 최근 사용자성 판단을 내렸다. 아직 구체적인 판정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실제 교섭 결과가 원·하청 교섭의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제조업을 넘어 사내 지원업무로 확대되는 점도 주목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현대그린푸드와 웰리브 등 사내 급식업체 노동자들이 제기한 사건에서 산업안전·작업환경 관련 의제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동부는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시설 개선이 원청 승인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영계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산업안전·작업환경을 넘어 임금과 복지 등 경제적 근로조건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그린푸드 사례처럼 사용자성 인정 기준이 축적되면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예상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