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지난해 벤처기업에 19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가 가장 많았고 성장 단계에 진입한 초기·중기 기업으로 자금 공급이 확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 현황 분석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총 13개사다. 이들은 지난해 총 151건, 1939억원 규모 벤처 투자를 집행했다. 2024년 투자 규모(2451억원)보다는 줄었지만 2023년(1764억원) 대비 증가하며 투자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자금 확보가 어려운 초기·중기 벤처기업 투자 비중이 확대됐다. 업력 3년 미만 초기기업에는 271억원, 3~7년 중기기업에는 777억원이 투자됐다. 두 분야 합산 투자액은 1048억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AI와 페이먼트 서비스 등 ICT 서비스 분야 비중이 24.9%로 가장 높았다. 바이오·의료(23.3%), 전기·기계·장비(23.2%) 분야가 뒤를 이었다.
CVC 투자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13개 CVC는 총 85개 투자조합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신규 조성된 조합은 15개로 전년보다 5개 늘었다. 신규 조합 출자 약정액은 3945억원으로 국내 벤처캐피탈 평균보다 큰 규모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도 대기업 주요 지배구조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173개로 전년(177개)보다 줄었지만 10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절반인 51개 집단이 지주회사를 보유했다.
올해 신규 지정된 대명화학, 한국콜마, 오리온, 희성은 기존 지주회사를 보유한 상태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 부문 인적분할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설되면서 지주회사 보유 집단이 됐다.
반면 신세계는 지주회사였던 에메랄드SPV가 이마트에 합병되며 제외됐다. 중앙과 에코프로는 지주회사 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 비중인 지주비율이 낮아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영원은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지주회사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한 대기업집단도 증가했다. 지주회사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자산 합계가 전체 기업집단 자산의 절반 이상인 전환집단은 47개로 전년보다 1곳 늘었다.
공정위는 “앞으로 지주회사 제도와 CVC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대기업과 벤처 생태계 동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