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AI 전환의 숨은 부담, 중간 관리자에게 집중된다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형 AI 이미지.

인공지능(AI) 도입은 흔히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의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실제 조직에서는 예상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고경영진은 AI를 통해 조직 미래를 설계하고, 실무자들은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업무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중간 관리자들은 기존 업무에 더해 새로운 책임까지 떠안으며 가장 큰 부담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컨설팅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터뷰 연구에 따르면, AI는 중간 관리자 업무를 줄여주기보다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관리자들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증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것은 물론, 신입 직원들에게 AI 활용법을 교육하고, 고객에게 AI 활용 방식과 결과물의 신뢰성을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프로젝트 관리와 일정 조율, 품질 관리, 성과 책임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새로운 역할이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되면서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AI 도입 초기에는 실무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며칠이 걸리던 자료 조사나 분석 초안 작성이 수십 분 또는 몇 시간 안에 가능해졌고, 신입 직원들도 이전보다 빠르게 전략적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관리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은 AI를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입이나 비용 절감 수단으로 바라보며, 현장 관리 체계와 업무 구조를 함께 재설계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AI 활용에 필요한 학습과 실험, 업무 표준화, 직원 교육이 모두 중간 관리자 개인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특히 AI 학습 과정이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관리자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AI 도구를 익히고, 효과적인 프롬프트와 활용 사례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은 공식 업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야근이나 개인 시간을 활용해 학습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조직 차원의 지식 공유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같은 시행착오가 여러 팀에서 반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성과 평가 방식 역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기업은 여전히 개인의 산출량이나 프로젝트 실적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반면에 AI 활용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팀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활동,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관리자는 조직 전체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신의 성과에는 반영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경영진과 현장 사이 인식 차이도 문제로 꼽힌다. 최고경영진은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AI 결과물의 품질 관리와 업무 기준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업무까지 AI에 맡길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은 반드시 사람이 직접 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판단은 대부분 중간 관리자 개인에게 맡겨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우려는 인재 양성 체계 약화다. 과거에는 중간 관리자가 후배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분석 방법과 의사결정 과정, 고객 대응 방식을 자연스럽게 전수했다. 그러나 AI가 초안 작성과 기초 분석을 대신하면서 신입 직원들은 결과물은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됐지만,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우는 과정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자가 AI 검토와 품질 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게 되면 후배를 지도할 여유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전환 성공 여부는 기술 자체보다 조직이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인 중간 관리자에게 충분한 학습 시간과 교육, 평가 체계, 의사결정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실무자 생산성 향상과 경영진의 전략적 목표는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중간 관리자 역량을 강화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조직은 AI 활용 경험이 축적되면서 업무 품질과 인재 양성, 조직 경쟁력까지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