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의 적자 규모가 올해 4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정부 자체 전망치가 나왔다. 핵심 재원인 주파수 할당대가와 방송사 분담금 동반 감소로 인해 기금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다. 기금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전자신문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금 재정상태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방발기금 순자산은 마이너스 1조3971억원, 정진기금은 마이너스 3조3044억원으로 추산된다.
양대 정보통신기술(ICT) 기금을 합친 적자 전망 규모는 4조701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조6401억원에 이어 올해 적자 폭이 1.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빚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올해 두 기금의 부채 합계는 5조6276억원으로 전년(5조4430억원) 대비 3.4% 증가했다. 대부분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에서 끌어온 장기차입금이다.
악화 원인은 통신·방송사 부담금에 의존하는 수입구조 한계에 있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경매·재할당 주기에 따라 변동성이 큰 데다, 방송 광고시장 침체로 방송사 분담금도 내리막이다.
특히 올해는 3G·LTE 주파수 재할당으로 부담금 수입이 전년보다 60% 늘었음에도, 두 기금 운용예산은 전년보다 20% 줄었다. 기금 곳간이 빠르게 마르면서 지출은 최소화하고 수입 대부분을 재정건전성 회복에 쓰는 실정이다.

재정 위기가 심화하면서 기금 통합을 통한 효율화 논의도 재점화됐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5월 국무회의 보고에서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두 기금의 정책 대상과 지원 영역이 상당 부분 중첩된 만큼 행정·관리 등 운용 비용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단순 회계적 합산을 넘어 기금 구조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중복·비효율 사업을 솎아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기금이 계속 맡아야 할 사업을 가려내고, 나머지는 일반회계 등으로 넘기는 세출 조정이다. 정보통신 분야 마중물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금 역할과 재원 구조에 대한 근본적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수입원 다변화도 과제다. 주파수·방송 매출에만 의존하기보다 실시간스트리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공익성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를 기금 기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된다. 새로 확보한 재원은 디지털 포용과 보편적 접근권,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복지로 용처를 넓힐 경우 국민 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ICT기금은 시장 영향력과 수익에 비례해 생태계 유지 비용을 분담하는 제도가 돼야 한다”면서 “부과기준은 국내 매출액과 이용자 수, 트래픽 비중, 광고 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사업자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되 글로벌 빅테크에 대해서는 한국법인 공시와 실제 매출 사이에 괴리를 방지하기 위한 국내 매출 자료 제출과 외부 검증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홍성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기금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인공지능(AI)·인력 관련 신규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등 사업 목적에 맞춰 비용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