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대도약 좌담회]성장사다리 복원·슈퍼 IP 육성... K게임 국가전략산업으로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기 위해 슈퍼-지식재산(IP)을 개발·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모바일 중심의 산업 구조를 PC·콘솔 등으로 다변화하고, 제작비 세액공제와 근로시간 유연화, 성장 단계별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로 지목됐다.

K게임 대도약을 위한 혁신방안 좌담회가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조현래 한성학원 이사, 박지성 전자신문 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K
K게임 대도약을 위한 혁신방안 좌담회가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조현래 한성학원 이사, 박지성 전자신문 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K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산업 진흥과 함께 게임을 문화예술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자신문은 'K게임 대도약을 위한 혁신 방안 좌담회'를 열고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개발자의 역량은 여전히 세계적 수준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추격과 지원 정책, 국내 시장 정체로 산업 전체 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강력한 글로벌 IP를 지속해서 만들어내고 이를 게임을 넘어 다른 콘텐츠와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조현래 한성학원 이사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미디어산업관

△사회=박지성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장

◇사회(박지성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장)=한국 게임은 지난 30년간 빠르게 성장해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현재 한국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조영기(한국게임산업협회장)=한국은 1990년대 중반 온라인게임이 시작돼 약 30년간 세계 4위권까지 도약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 성장세가 정체됐고 코로나19 이후 해외 게임사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국내 게임사가 가져가는 시장의 파이는 오히려 줄었다. 이제 글로벌은 선택이 아니라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가 됐다.

국내 게임시장은 모바일 비중이 60% 이상이고 PC가 24~25%, 콘솔은 5% 남짓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바일이 약 50%, 콘솔이 25% 정도다.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려면 콘솔로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최근 콘솔 시장에서 좋은 성공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에 통할 장르와 플랫폼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김영웅(슈퍼래빗게임즈 대표)=모바일게임 스타트업을 13년 정도 운영하며 세 번째 창업을 했다. '애니팡'이 등장한 모바일게임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면 대한민국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 매출 상위 100위권에 들어가는 한국 모바일게임을 찾기 어려워졌고 국내 차트에서도 터키·베트남·중국 회사가 상위권을 많이 차지한다.

최근 모바일게임 개발사 사이에서 터키가 화두다. 광고비의 50~70%를 환급하고 제작비 세액공제 등을 지원해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기반을 만들어준다. 한국 개발사는 5~10%의 낮은 영업이익률 안에서 고군분투하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해외 이용자에게 게임을 어떻게 알릴지가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광고 최적화 기술이 발달해 이용자를 유입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을 버틸 재정적 원동력이다.

최근 PC게임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이용자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10년 전 모바일게임도 플랫폼 추천만 받아 하루 1만~2만명의 신규 이용자가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PC시장도 언젠가 광고로 이용자를 사오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올 수 있다. 그때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 한국 개발자의 역량과 품질은 매우 뛰어나고 한국 이용자의 영향력도 세계적으로 크다. 개발사가 생존할 수 있는 마중물 환경만 개선된다면 과거 이상의 성과를 낼 역량은 충분하다.

◇최성희(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미디어산업관)=개별 개발 인력의 경쟁력은 여전히 높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자의 규모와 역량이 너무 커져 산업 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기업이 생존할 환경과 세제 지원,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방안, 창업 이후 성장할 수 있는 트랙을 어떻게 제공할지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허리 계층이 무너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기업에서는 '붉은사막'이나 '아크 레이더스' 같은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인디·스타트업에서도 성과가 나오지만, 중간에서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중견 단계가 취약해졌다. 이 허리 계층을 견고하게 재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유병한(게임문화재단 이사장)=글로벌 신흥시장에 대한 접근도 중요하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와 남미에는 인구가 많고 게임산업을 키우려는 국가가 많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법·제도가 다르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시장 정보 시스템을 잘 구축해 업계에 제공하고 주요 목표 국가와 민관 합동 정책 협의 채널을 만들어 진출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조현래(한성학원 이사)=진단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플랫폼·장르 편중이다. 모바일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의 결에 맞게 다변화해야 한다. 둘째는 중간 단계 부재다. 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올라가는 성장 사다리가 끊겼다. 세제 혜택과 맞춤형 정책 지원을 결합해 생태계를 재건해야 한다.

◇사회=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제도는 무엇인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한국 게임산업 정책이 보완해야 할 부분도 짚어달라.

◇조영기=지속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인력, 생태계, 사업 환경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제작비 세액공제와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인력 측면에서는 우수 인재가 게임산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우수 인력이 게임산업에 대거 유입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병역특례였다. 최근에는 AI 관련 병역특례 제도에 게임 분야도 포함된 만큼, 앞으로도 첨단 AI 분야와 마찬가지로 게임산업에 우수한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생태계 재건에는 모태펀드 게임전문 계정 확대와 성장 단계별 금융 지원이 요구된다. 스타트업에는 1억~2억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중간 단계에는 10억~30억원,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성장 단계에 맞춘 자금이 연계돼야 한다.

지역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게임산업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데 지역 게임사가 성장하고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개발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업 환경에서는 질병코드 등재 문제 해결과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수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이 계속 성장했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 필요성을 알면서도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웠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부가 진흥은 하지 않아도 되니 규제만 하지 말아달라는 말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해외 국가가 세제 혜택과 각종 지원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에 진흥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콘텐츠는 하나보다 2~3개를 만들 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작할 수 있는 구조를 지원하는 대표 정책이 제작비 세액공제다.

◇조현래=글로벌 경쟁을 하는 콘텐츠산업에서는 환급형 지원 제도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를 단순한 세수 감소가 아니라 새로운 세원을 만드는 마중물로 봐야 한다. 제작비와 마케팅비 일부를 환급하면 기업이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함께 높일 수 있고 차기작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퀘벡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글로벌 경쟁을 하는 콘텐츠산업에는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또 정책은 개별 단계에 끊어져선 안 된다. 기획-제작-투자-마케팅-IP화로 이어지는 전체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일관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품 규제 완화 등 기업에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AI 같은 신기술 도입을 지원해 콘텐츠 품질도 높여야 한다.

K게임 대도약을 위한 혁신방안 좌담회가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조현래 한성학원 이사, 박지성 전자신문 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K
K게임 대도약을 위한 혁신방안 좌담회가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조현래 한성학원 이사, 박지성 전자신문 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K

◇사회=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 개선과 함께 반드시 바뀌어야 할 사회적 인식은 무엇인가.

◇유병한=게임산업 발전과 게임문화 진흥은 바퀴의 양 날개처럼 함께 가야 한다. 게임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과몰입과 사행성 논란, 셧다운제, 중독 프레임 등 부정적 인식이 누적돼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영화나 음악 감상은 감동이나 휴식으로 받아들이면서 게임 이용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낭비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2022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게임이 '제10의 예술'로 인정됐지만 대중적 인식과는 아직 괴리가 있다. 게임이 콘텐츠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지만 일부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등 단기 상업성에 치중한 점 또한 인식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디·콘솔 장르도 활성화돼야 과금 의존도를 낮추고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게임을 가정 내 소통 도구이자 건전한 놀이로 인식하게 하는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 성남 게임힐링센터 같은 민관 협력 모델을 'K게임문화 진흥센터' 형태로 전국 주요 거점에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제작사나 작품뿐 아니라 디렉터, 시나리오 작가, 그래픽 디렉터, 성우, 크리에이터 같은 창작자를 스타로 만드는 시상도 필요하다. 게임 OST 전국 투어 콘서트나 국립·지역 미술관과 연계한 게임 아트워크·3D 그래픽 전시를 정례화해 게임을 전 세대가 누리는 문화예술로 확장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도 함께 가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등급분류와 사후관리 체계의 유연화 등 자율성을 확대하되 AI 기반 비매너·핵 모니터링, 분쟁조정 강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높여야 한다.

◇조현래=가장 시급한 것은 범정부 차원의 게임 인식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다.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이라고 하면서도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고 지도자가 지스타 같은 대형 게임 행사에 직접 참석해 메시지를 내는 것은 큰 파급력을 갖는다. 특정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제라는 선언이 필요하다.

교육과 게임의 결합도 중요하다. 기성세대는 게임을 여전히 입시 방해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단순 암기보다 창의적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게임은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학교나 가정에서 게임을 활용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바이브 코딩 등을 경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를 포함한 범정부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사회=IP가 중요한 화두로 제기됐다. K게임의 지속 성장을 위해 IP를 어떻게 확보하고 확장해야 하나.

◇최성희=IP 연계와 확장은 매우 중요하다.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으로 확장되며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인디·중소·중견 성장 단계별 지원과 함께 콘텐츠 전 장르에서 글로벌 IP를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제작위원회'처럼 IP가 만화·애니메이션·게임·굿즈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통해 IP 라이선싱과 장르 간 연계를 엮어주는 프로듀싱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뷰티와 푸드 등 K-라이프스타일 산업과의 연계도 확장할 계획이다.

◇조현래=IP 사업은 단일 부서나 장르별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 통합적으로 판을 깔아줘야 한다. 방송, 캐릭터, 게임, IP 관련 행사를 하나로 엮는 'K-콘텐츠 위크'와 같은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범정부와 전 산업이 결합할 때 게임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K게임이 지속적으로 한류 효과와 낙수 효과를 내려면 '슈퍼 IP'를 계속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공공 지원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조영기=콘텐츠산업은 결국 '기승전 IP'다. 2000년대 중후반 경영난을 겪었던 일본 캡콤이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몬스터 헌터'와 '바이오하자드' 같은 강력한 IP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맨땅에 헤딩하듯 신작을 만드는 것은 성공 확률이 낮다. 반면 강력한 IP에 기반한 시리즈는 성공 확률이 높다. 글로벌 팬덤을 형성할 IP 구축이 게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만드는 핵심이다.

좋은 IP를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금 조달과 성장 연계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할 때 제조업의 핵심기술 유출 방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콘텐츠의 핵심 자산은 IP다. 스타트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이어지는 금융·투자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자금난에 따른 불필요한 IP 해외 유출도 줄일 수 있다.

◇유병한=AI 혁명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선진국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것도 IP 전략이다. 모든 콘텐츠 자원을 자산화·IP화하는 국가 차원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중소 개발사가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근로시간 문제를 비롯해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

◇김영웅=게임은 고도의 기술 산업이자 창작 산업이고, 출시 이후에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서비스 산업이다. 엔진과 서버,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 기반 위에서 만들어지지만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집중된 창작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관건은 일하는 시간의 총량이 아니라 대응하는 타이밍이다. 노하우가 쌓이면 효율은 높아지지만,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이 여전히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면 시차가 다른 북미 이용자가 결제 장애나 서버 오류를 겪을 때 즉시 대응해야 한다. 12시간 뒤에 대응해서는 이용자를 놓친다.

우리 회사도 신작 출시 직후 명절 연휴가 겹친다. 글로벌 서비스는 출시 직후 며칠의 대응 공백이 곧 이용자 이탈로 이어지는데, 현행 제도 안에서는 이런 단기 집중 대응을 합법적으로 설계할 선택지가 좁다. 직원 건강권을 지키면서도 출시나 장애 대응 같은 예외적 시점에는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마케팅과 서비스 지원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 정부 지원사업은 대부분 제작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개발을 끝내고도 출시를 두려워하는 기업이 많다. 이용자 데이터나 마케팅 지표가 좋은 게임에는 정부가 광고비 융자나 보증을 지원해 스케일업할 마중물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게임은 다른 분야보다 마케팅 데이터와 성과 측정이 정밀해 부정 수급이나 오남용 우려도 비교적 적다. 마케팅 비용과 환급 혜택을 찾아 한국 개발자와 기업이 터키 같은 해외로 이탈하기 전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영기=중소 개발사의 가장 큰 애로 중 하나가 마케팅 비용 폭등이다. 대형 퍼블리셔를 구하기 어려워 직접 서비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1명 유입비가 1만원 이상, 활성 이용자 전환비가 4만원 이상까지 올라간다. 5억원을 써도 유효 이용자 1만명을 확보하는 정도다.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 건전한 범위에서 중소 개발사가 경품 마케팅을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마케팅 부담을 줄이고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근로시간과 게임법 전부개정, 제작비 세액공제 등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나.

◇최성희=게임산업은 수출 규모 면에서 2차전지 산업에 비견될 만큼 국가 전략적 가치가 크다. 정부 국정과제에서도 콘텐츠산업 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 제조업 중심으로 짜인 세제나 지원 제도를 콘텐츠·기술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겠다.

사업적으로도 순수 제작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마케팅과 '게임더하기' 같은 바우처형 맞춤 지원 등 글로벌 이용자에게 직접 닿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현지 이용자 테스트 지원사업을 신설했고 내년에는 프로젝트와 기업 운영을 위한 게임 전용 융자 트랙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해외와 같은 환급형 세제는 조세 체계 차이 때문에 당장 도입하기 어렵지만 정책자금 운용과 융자 트랙 설계에서 유연하게 반영할 방안을 검토하겠다.

과거 중소기업 보조금 위주였던 지원도 금융지원 대형화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모태펀드 외에 전략펀드와 K-콘텐츠 성장펀드를 신설해 100억~200억원 이상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공공·민간 자금이 투자될 기반을 만들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프로젝트라면 투자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대리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불법 사설서버 차단과 저작권 보호 강화도 추진하겠다. IP와 기업 성장 생태계 구축,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펀드 조성, AI 환경 변화에 맞춘 저작도구 지원과 인턴십 프로그램 등 현장이 체감할 정책을 추진하겠다.

◇사회=국내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 간 규제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보나.

◇김영웅=국내 개발사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한글 약관, 등급분류 등 엄격한 법적 의무를 지키려 노력한다. 반면 국내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을 버는 일부 해외 개발사는 한글 약관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제가 시행된 것은 진전이지만, 위반 시 과태료 상한이 2000만원이어서 연매출 수천억원 게임에는 실효성이 없다. 역차별을 해소하고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려면 해외 게임사에도 실효성 있는 법적 규제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진다.

◇사회=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당장 하나를 추진한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나.

◇조영기=제작비 세액공제와 근로시간 유연화, 우수 인재 유입, 모태펀드 게임전문 계정 확대와 성장 단계별 금융지원, 지역 게임산업 활성화, 글로벌 법·제도 지원과 게임 인식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 우리 기업만 잘해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해외 국가가 강한 지원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기업의 창작 의지와 제때 개발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결합돼야 한다.

오늘 논의된 주요 진흥·지원 내용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에도 대거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속도감 있게 통과돼 산업 재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유병한=게임문화 확산과 이용자 보호는 동전의 양면이다. 산업 규모와 국가적 중요성에 걸맞게 게임 분야 예산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 산업이면서 동시에 문화라는 점을 사회가 받아들이게 만드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산업의 기반을 넓힐 것이다.

◇조현래=글로벌 경쟁의 시각에서 게임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 단편적인 제작지원이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 투자, 마케팅, IP화까지 생애주기를 잇는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범정부 차원에서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는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최성희=정부도 제도와 정책의 속도감을 높이겠다.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계속 듣고 산업이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전문가와 소통하면서 K게임의 글로벌 도약을 적극 뒷받침하겠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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