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거제에 하루 577㎜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강수량도 120㎜를 넘어서면서 관측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된 데다 따뜻해진 남해가 대량의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극한호우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거제의 일강수량은 577.4㎜를 기록했다. 1972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ASOS)을 기준으로도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 870.5㎜, 대관령 712.5㎜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일강수량이다.
거제에서는 한때 시간당 124.5㎜의 비가 쏟아지며 시간당 강수량 기록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번 거제 호우가 확률적으로 약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분석했다.
통영에서도 하루 409.7㎜, 시간당 최대 97.4㎜의 비가 내려 기존 관측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15일부터 17일 오후 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51.1㎜, 통영 704.8㎜에 달했다.
이번 폭우는 태풍 '돌핀'에서 약화한 저기압이 접근하면서 고온다습한 남풍이 남해안으로 강하게 유입된 영향이 컸다. 특히 남해 수온이 27~28도까지 올라 대기에 많은 수증기를 공급했고, 습한 공기가 남해안 지형과 부딪히면서 강한 비구름이 발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산사태 등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으며 피해 신고는 800건을 넘어섰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150명 이상이 대피했다.
반면 최근 가뭄에 시달리던 경남 지역 저수율은 크게 올랐다. 경남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지난 14일 32.2%에서 17일 43.1%로 상승했다. 특히 거제는 28.7%에서 73.6%까지 뛰었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가 불과 며칠 만에 기록적인 폭우를 받아들이면서 가뭄과 극한호우가 짧은 시차를 두고 교차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기상 변동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