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석유화학 '대산 1호' 조건부 승인…가격·공급 제한 5년

공정위, 석유화학 '대산 1호' 조건부 승인…가격·공급 제한 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 산업 사업재편 첫 사례인 '대산 1호'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생산시설 통합을 허용하면서도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과점 심화를 막기 위해 향후 5년간 가격 제한과 공급 유지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LDPE·EVA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결합 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 보유해 공동 지배한다. 대산 산업단지에서 양사가 각각 보유하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도 통합 운영된다.

공정위는 LDPE·EVA 시장의 과점 심화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결합으로 경쟁사업자가 기존 4개에서 3개로 줄어들고, 판매량 기준 3사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에 달한다. 특히 HD현대케미칼은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온 사업자로, 결합에 따라 기존 경쟁 압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합 이후 저수익·저가 제품군의 생산·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고려했다. LDPE·EVA 구매자의 상당수가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데다 공급자가 3개로 줄어 대체 거래선을 찾기 어렵고, 경쟁사 설비 가동률도 95~100%에 달해 대체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5년간 국내 LDPE·EVA 가격 변동률을 수출가격과 연동하도록 했다. 수출가격이 오르면 국내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제한하고, 수출가격이 내려가면 국내가격도 그 이상의 비율로 인하해야 한다.

결합 당시 생산하던 모든 LDPE·EVA 제품군은 국내 수요자의 요청 물량을 공급하도록 했다.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간 가격·수량·원가·재고량 등 경쟁민감정보 공유와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도 금지한다. 시정명령은 5년간 적용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나가는 한편,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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