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와 산업,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매체로 성장한 만큼 사회적 책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6'에서 나왔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콩그레스 2026' 개막 연설에서 “게임은 이미 우리 사회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며 “게임은 오늘날 우리 문화생활의 확고한 일부”라고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에서만 4000만명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게임 이용자가 특정 세대나 성별에 국한된다는 인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게임산업 역시 수십억유로 규모로 성장했으며 게임 기술이 의료 분야 가상현실(VR)부터 자동차 디자인, 건축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임의 문화적 위상에도 주목했다. 영상과 음향, 대화, 극적 구성 등을 결합한 게임이 TV와 영화, 문학 등 대중문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민주주의와 사회에 미치는 긍정·부정적 효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과거 독일 정치권에서 벌어진 이른바 '킬러게임' 논쟁을 언급하며 게임을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획일적으로 지목했던 시각에는 거리를 뒀다. 재즈와 로큰롤, 헤비메탈, 만화 등 새로운 문화가 등장할 때마다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게임을 둘러싼 모든 우려를 '도덕적 공황'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임이 일상적인 문화가 된 만큼 게임이용장애와 온라인 공간의 혐오·괴롭힘, 극단주의와 급진화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급진화되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연령등급을 넘어 폭력을 미화하거나 극단주의적·반민주주의적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한 명확한 규칙과 게임업계의 자율적 책임을 주문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추진 중인 디지털공정성법도 언급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심지어 급진화시켜 우리의 민주주의에 맞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결코 특정 지역의 경쟁우위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게임이 가진 사회적 순기능에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게임이 사람을 연결해 외로움을 극복하도록 돕고 인지능력 훈련은 물론 역사적 지식과 정치교육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이용자의 사회참여 가능성도 짚었다. 베르텔스만재단 연구를 인용해 자신을 열정적인 게이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토론과 시위, 청원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평균보다 높고 민주주의에 대한 소속감도 강하다고 소개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게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작용은 막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긍정적인 잠재력은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과 창의성, 디지털게임을 통해 발산되는 에너지를 현실 세계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머에게 자원봉사와 시민사회, 민주적 정당 등 현실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달라고 주문하며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게임이 문화적으로 중요한 만큼 민주주의에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측면에서도, 나쁜 측면에서도 그렇다”며 게임산업과 이용자가 함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쾰른(독일)=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