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과 민간에 흩어진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연계·활용하기 위한 '국가데이터기본법' 제정이 본격 추진된다. 국가데이터위원회를 신설해 데이터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국가데이터 지정부터 품질관리, 연계·결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다만 민간데이터의 국가데이터 지정과 개인정보·영업비밀 활용 범위를 놓고 산업계에서는 권리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17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데이터기본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김창화 한밭대 교수,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황보현우 삼성화재 AX 상무,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공공과 민간에 분산된 데이터를 연계·결합해 국가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현재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는 각각 별도의 법체계로 관리돼 공공·민간 데이터를 아우르는 통합 활용 기반이 미흡하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연계·활용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데이터를 '국가데이터'로 지정한다. 인구·산업·고용·노동·재난·안전·국토·교통·보건·복지·환경 등 분야를 비롯해 공공안전과 재난 대응, 사회문제 해결이나 국민·정책 수요가 높은 데이터 등이 대상이다.
국가데이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데이터위원회도 국가데이터처장 소속으로 신설한다. 위원회는 국가데이터 지정·관리·연계·활용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국가데이터처는 3년 단위 국가데이터 활성화 기본계획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국가데이터 실태·수요조사도 실시한다.
데이터를 실제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한다. 국가데이터플랫폼을 통해 국가데이터와 메타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데이터 탐색을 지원한다. 공공·민간데이터에 일관된 분류체계를 적용하고 품질 진단·평가도 실시한다.
특히 전문인력과 시설 등 요건을 갖춘 기관을 '국가데이터 이용센터'로 지정해 데이터 연계·결합·가공과 분석을 지원한다. 국가기관의 정책 수립을 위해 국가데이터를 연계·결합하는 과정에서는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특례도 두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민간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플랫폼 이용·거래 데이터와 AI 학습용 데이터, 고품질 가공데이터 등이 기업이 자본과 시간을 투입한 핵심 자산”이라며 “국가데이터 지정·제공 요청에 대해 기업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원천데이터 요구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데이터 활용 목적과 보존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쇼핑업계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은 “검색·구매 동향과 상품별 판매량, 가격정보, 판매자별 거래정보 등이 기업의 경영전략과 직결되는 경쟁자산”이라며 “국가데이터 직권 지정은 원칙적으로 공공부문 데이터에 한정하고 민간데이터는 자발적 신청·동의나 계약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황보현우 삼성화재 AX 상무는 “국가데이터처가 범정부 데이터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국가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데이터플랫폼 역시 모든 원천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중앙 저장소가 아니라 기존 플랫폼의 데이터 목록과 메타데이터를 연결하는 '분산 연계형 허브'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충실히 검토해 국가데이터기본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원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연내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