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도서] 일하는 인간… AI 격변에도 '일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서담 지음, 바른북스 펴냄
AI시대 직업의 존폐 예측보다 본질적 질문
1만년 동안 직업은 사라져도 ‘일’은 이어져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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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부차적인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물어야 할 것은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코드를 만드는 시대, 신간 '일하는 인간'은 직업의 생존 가능성보다 기술 변화 속에서도 남아 있는 '일'의 의미를 되짚는다.

이 책은 AI 발전으로 인한 직업의 존폐와 고용 불안 등 사회적 담론에 가려진 내면의 변화를 파고든다. 기술이 일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나는 왜 일하는가'라는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답을 탐구한다.

이 같은 불안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AI가 코딩을 대신하면서 개발자 사이에서는 무력감과 우울감을 뜻하는 '클로드 블루(Claude Blue)'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AI가 자신의 업무를 빠르게 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직업의 미래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가치까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책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직업'과 '일'을 구분한다. 일은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는 매개이자 나라는 존재를 완성하는 거울이다. 반면 직업은 사회 시스템이 특정 시기에 필요로 하는 '일의 형태'이자 '일의 외투'다. 농부, 부동산 중개인, 교사, 기자, 금융인 등 24개 직업이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과정을 통해 사라지지 않는 일의 본질을 탐구한다.

직업의 이름과 도구가 사라져도 그 직업이 수행했던 일은 새로운 형태로 이어진다. 대장장이의 망치는 멈췄지만 물질을 가공해 쓸모 있는 도구를 만드는 일은 첨단 제조업과 3차원(3D) 프린팅 현장에 남아 있다. 마차를 몰던 마부는 운전기사와 자율주행차 안전 요원으로 바뀌었지만 사람과 물건을 목적지까지 옮기는 일은 계속된다.

책은 이를 통해 기술이 직업 전체를 한꺼번에 지우기보다 직업을 구성하는 과업을 쪼개고 다시 결합해 왔다고 설명한다. 생성형 AI가 기사 초안을 작성할 수 있어도 무엇을 취재할지 판단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보도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까지 자동화되는 것은 아니다. 번역 기술이 초벌 번역을 맡더라도 맥락을 해석하고 오류를 검증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책은 AI 시대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 것인지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 1만년 동안 기술이 직업의 이름과 업무 방식을 끊임없이 바꿔왔지만 인간이 수행하는 일의 의미까지 없애지는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업의 외형이 바뀌더라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과 인간이 일을 통해 얻는 의미는 다른 형태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AI가 내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에 불안을 느끼는 독자에게 저자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AI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될 때, 인간이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긴 연휴의 시간. 누군가에겐 자신의 미래를 구상할 뜻 깊은 시간이다. 연휴 기간 AI시대와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저자 이서담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IT·문화콘텐츠 사업가, 정무직 공무원, NGO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서로 다른 직업을 거치며 품게 된 '인간은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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