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서 무보를 전면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금융 인프라가 집적된 서울을 떠나면 수출금융 기능이 훼손돼 국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무보 노조는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박홍철 무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30여명이 참석했으며, 김현준 한국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연대사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무보 이전은 본점 주소를 어디로 바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수출금융의 엔진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라며 “수출금융 경쟁력이 단순한 기관 이전 논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올해 4분기 중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무보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자 노조는 성명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노조도 국가균형발전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으로 이전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금융은 시장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며 전체 국가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균형발전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성격이 완전히 다른 모든 공공기관을 똑같이 판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무보는 직접 대출 대신 보험·보증으로 수출 위험을 떠안아 금융시장 자금이 수출기업과 해외 프로젝트로 흘러가도록 하는 공적수출신용기관이다. 거액이 투입되는 해외 프로젝트를 심사·지원하려면 국내외 은행, 법률·회계 자문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고, 이 금융 생태계가 곧 무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산은 노조 역시 무보 노조와 한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영국·프랑스·일본의 금융기관들이 런던·파리·도쿄에 모여 있는 이유를 명심해야만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각 지역에 흩어질 경우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무보 노조는 이날 회견을 마친 뒤 무보의 이전 대상 전면 배제를 촉구하는 전 임직원 서명 탄원서를 청와대 국민경청비서관실에 전달했다. 또 정부 발표 전까지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는 한편 여타 금융권 노조들과 공동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웅 기자 y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