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수출이 잇단 악재를 기회로 바꾸며 성과를 내고 있다. 겹겹이 쳐진 규제 빗장을 뚫고 카타르에 명품 한우를 처음 수출하는가 하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는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교통 프로젝트 협력을 맺었다. 중동 전쟁으로 길어진 뱃길은 오히려 K-조선기자재의 수출 호기로 작용하며 우리 기업들의 활로를 넓히고 있다.
1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횡성한우'는 최근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 사상 첫 정식 수출 길을 열었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발발로 도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라마단 판촉 행사가 무산되고 출장단이 피난길에 오르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지 7개월 만의 결실이다.
코트라와 주카타르 대사관, 농림축산식품부, 강원 횡성군이 '원팀'으로 움직여 까다로운 수입 규제를 풀어냈다. 한국이 구제역 백신 접종국이라는 이유로 막혀 있던 쇠고기 수입을 타개하기 위해 카타르 공공보건부와 끈질기게 협의, 마침내 '뼈 없는 쇠고기' 수입 허용을 끌어냈다. 지난 13일 초도 물량 80.8kg이 선적됐으며, 현지 최고급 정육점과 주요 유통망을 통해 중동 고소득 소비층 공략에 나섰다.

소비재 수출뿐 아니라 첨단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낭보가 이어졌다. 코트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UAE 두바이에서 두바이교통청(RTA)과 '인공지능·미래모빌리티 및 스마트 인프라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단순한 네트워킹을 넘어 국내 AI·스마트시티 기업들이 중동의 대형 공공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기술을 실증(PoC)할 수 있는 직통 채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중동발 물류 대란은 우리 조선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됐다. 중동 전쟁 여파로 해상 운송 경로가 변경되고 선박 발주 수요가 급증한 점을 겨냥했다. 코트라는 부산시와 함께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조선 해양플랜트 기자재 수출 상담회'를 개최했는데, 총 3억3000만달러 규모 수출 상담 실적을 올렸다. 부·울·경 K-조선기자재 78개사가 참여해 동남아, 유럽 등 글로벌 바이어 40여개사와 500여건의 1대 1 상담이 진행된 결과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시스템과 탄소 포집 등 친환경 솔루션에 해외 선주사들의 이목이 쏠렸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