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5500선까지 밀렸다. 이달 초 7000선을 웃돌던 지수가 불과 3주 만에 20% 넘게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들의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변인이 내년 코스피 1만 포인트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가의 장기적인 상승 가능성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는 시점에 정치권이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구체적인 대응책이다.
최근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내년 코스피가 1만 포인트 이상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물가와 사회 상황이 다른 국가보다 안정적이고, 경제 여건도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취지다. 성장의 성과가 서민 민생경제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한 문제도 미래대응기금 등을 통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코스피는 연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장중 한 때 5500선마저 내줬다. 불과 몇 주 전과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나온 '1만피' 전망은 투자자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정치권의 현실 인식에 의문을 갖게 한다.
증시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동안 국회의 관심은 정치 현안에 쏠려 있었다. 여야는 국회 후반기 원 구성부터 검찰개혁,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과 국정조사 문제까지 사안마다 충돌했다. 물론 증시 하락의 원인을 정치권에만 돌릴 수는 없다. 글로벌 경기와 금리, 환율, 기업 실적 등 다양한 변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댜만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가 상승을 경제정책의 주요 성과로 내세워 온 정부와 여당이 정작 시장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위험 관리와 투자자 보호에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정책 성과를 강조하면서 하락할 때는 시장의 불안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대응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하다. 금융당국의 시장 상황 분석과 대응책을 점검하고, 개인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커진 원인을 살피고 투자자 피해를 줄일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관련 법안의 심사와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면 여야가 쟁점을 좁혀야 한다. 여당은 정부 정책을 무조건 방어하기보다 실효성을 따져야 하고, 야당 역시 증시 하락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데 그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가 상승이 민생경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수가 오르더라도 그 성과가 일부 투자자와 기업에 머문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고 가계의 소득 여건이 개선되며,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아져야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여당이 강조하는 성장의 성과를 민생으로 확산하겠다는 약속 역시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으로 입증해야 한다.
정치권은 주가가 오를 때 성과를 내세우고 하락할 때는 외부 변수나 장기 전망을 앞세우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낙관적인 숫자를 제시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지킬 때 쌓인다.
코스피 1만 포인트라는 목표가 현실적인 기대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경제의 체력과 자본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1만피'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니라 투자자의 불안을 줄이고 민생경제를 지탱할 책임 있는 설명과 실행 가능한 대책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