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전 제품의 에너지효율 등급 표시에서 전력 제어 기능 여부도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기존 에너지효율 등급과 별도로 가전제품의 작동시간과 전력 사용을 외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표시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에 따르면 EU는 '에너지 스마트 가전(ESA)' 기술회의에서 에너지효율 표시 제도에 전력 제어 기능을 표기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세탁기의 전력 소비량이 같더라도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를 피해 자동으로 세탁을 시작하거나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작동을 미룰 수 있다면 에너지 스마트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전기를 얼마나 적게 쓰는지 뿐만 아니라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제품 선택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U는 온수기와 공간난방기 관련 규정에 이같은 기준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제어 기능을 갖춘 제품에는 에너지라벨에 별도 아이콘을 표시한다. 제품 설명서와 제조사 홈페이지에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앞서 EU는 3월부터 유럽 에너지라벨 제품등록부(EPREL)에서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약 500개 가전 제품이 등록을 마쳤다.
세탁기·식기세척기·난방기 뿐만 아니라 향후 냉장고·냉동고와 가정용 배터리, 태양광 인버터, 전기차 충전기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EPREL에 등록된 고효율·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가전에 보조금 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5월 국내 최초로 EU 스마트 가전 에너지 행동강령(CoC)에 서명했다. 삼성전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등을 등록했다. 이 제품들은 외부 에너지관리시스템과 연동해 작동 시점을 조절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다이킨,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 12개 가전 제조사가 CoC에 서명을 완료했다.
현재 ESA 행동강령은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규범이다. 다만, EU가 관련 사항을 에코디자인과 에너지라벨 규정에 반영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법제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전력 제어 기능이 글로벌 가전시장의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EU 차원의 에너지 관련 정책적 결정이 제품 규제의 성격으로 확장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법제화 단계는 아니지만 사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