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수출길 여는 보이지 않는 외교

지난 달 2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피어나(FEARNOT)의 K-테이스트 스테이션'에서 현지 방문객들이 한국 식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aT)
지난 달 2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피어나(FEARNOT)의 K-테이스트 스테이션'에서 현지 방문객들이 한국 식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aT)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 대형마트에 한국 식품이 진열되고, 새로운 수출 기록이 나올 때마다 관심이 쏠린다. 화려한 성과 뒤에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노력도 있다. 농약 성분 하나의 허용기준을 마련하고 검역조건을 바꾸기 위해 상대국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사례는 이런 노력의 가치를 보여준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고추의 통관 기간이 일주일 이상에서 1~2일로 단축됐다. 현지에 없던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새로 설정하면서다. 한 영농조합의 수출량도 33% 늘었다.

농산물 교역에서 국경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니다. 국내에서 사용이 허용된 농약이라도 상대국에 기준이 없으면 통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 지역과 무관한 농가까지 수출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해외 바이어를 확보해도 스스로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이런 장벽을 낮추는 일이 정부의 몫이다. 지난달 국내 닭고기 가공품이 처음 베트남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도 양국 간 검역·위생협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카타르와는 쇠고기 수출을 위한 위생조건 협의를 마쳤다. 수출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보다 그에 앞서 상대국과 기준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훨씬 길고 복잡할 때도 있다.

반가운 것은 이러한 노력이 개별 현안 대응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K푸드 수출 전략에서 비관세장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상대국의 규제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관계기관이 함께 풀어가겠다는 취지다. 수출 지원의 무게중심을 해외 판촉뿐 아니라 시장 진입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데까지 넓히고 있다.

수출 실적을 위한 협상의 시간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농민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안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닦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그 제품이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K푸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조용한 외교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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