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찾다”…아이디바인, AI로 임상 미래 예측

이시영 아이디바인 공동대표.(사진=이상혁 기자)
이시영 아이디바인 공동대표.(사진=이상혁 기자)

“신약 개발의 가장 큰 병목은 임상 단계에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실제 임상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제약사의 의사결정을 돕겠습니다.”

이시영 아이디바인 공동대표는 AI 활용을 임상시험 전략 수립과 기술이전, 투자 의사결정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식 그래프로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이디바인은 202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원창업기업으로 출발했다. 회사명에는 숨겨진 것을 찾아내고 미래를 예견한다는 뜻의 '디바인(Divine)'을 담았다.

이 대표는 기존 기술을 최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목했다. 아이디바인에 개발자로 합류해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2024년 공동대표를 맡았다.

아이디바인 핵심 경쟁력은 방대한 바이오 데이터를 연결한 '지식 그래프'다. 특허·논문·임상시험·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 이력·화합물 정보 등 11억9000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했다. 개별 신약뿐 아니라 유사한 표적과 작용기전, 적응증의 관계까지 분석해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대표는 “기존 AI 신약개발 기술이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했다면 아이디바인은 개발 중인 물질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평가한다”며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혁신신약도 지식 그래프에서 간접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바인은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6)에서 항암제 291건의 임상 성공 예측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1분기까지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후 약 5년간 실제 개발 결과를 추적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94건 중 84건이 실제 후속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예측 신뢰도가 높은 28건에서는 27건이 후속 임상 단계에 진입하거나 최종 승인을 받아 96.4%의 정밀도를 기록했다. 최종 FDA 승인뿐 아니라 후속 임상 진입까지 포함한 수치다.

자체 AI 모델 'i.Dv 1.5'는 서로 다르게 학습한 100개 모델의 예측을 종합해 성공 확률과 신뢰도를 동시에 평가한다. 이 대표는 “같은 70%의 성공 확률이라도 모델마다 판단이 엇갈리면 신뢰하기 어렵다”며 “예측의 불확실성을 제시해 추가로 필요한 자료와 임상 전략을 판단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AI 적용 분야는 항암제를 넘어 백신 등 비항암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희귀질환과 새로운 약물 유형으로 검증을 넓힐 계획이다. 차세대 모델 'i.Dv 2.0'은 적응증과 병용요법 등 임상 전략별 성공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보스턴 기반 법인을 통해 현지 바이오기업·투자기관과 기술검증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금융에 신용등급이 있듯 신약 파이프라인에도 객관적인 성공확률 지표가 필요하다”며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숫자로 설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fak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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