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학교에 총을 든 사람이 있다”…경찰보다 먼저 달려간 아빠, 총격범 사살

美 초등학교 총격으로 학생 3명·교사 1명 사망
16세 총격범, 학부모 총격에 현장서 목숨 잃어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을 사살한 학부모 케일럽 지아만코(36). 사진=AP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을 사살한 학부모 케일럽 지아만코(36). 사진=AP 연합뉴스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딸을 구하기 위해 경찰보다 먼저 현장에 뛰어들어 총격범을 사살한 아버지의 긴박한 신고 녹취가 공개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오리건주 당국은 지난달 15일 벤드의 실버레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당시 학부모 케일럽 지아만코(36)가 911에 신고한 약 80초 분량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당시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귀가하던 지아만코는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총을 든 남성을 목격했다. 그는 즉시 911에 신고해 “딸의 학교에 총을 든 사람이 있다”며 “나도 총을 가지고 있다. 당장 그를 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상담원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지아만코는 “여기는 내 딸이 다니는 학교다”라고 외치며 “지금 저 녀석을 죽이러 가겠다”고 말했다.

상담원이 총격범의 신원을 알고 있는지 묻자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 모른다. 차를 몰고 가다가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이후 지아만코는 총격범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고 알렸다. 상담원이 총격범의 위치를 거듭 묻자 그는 학교 이름과 구체적인 위치를 설명했다.

그러던 중 지아만코는 “젠장, 지금 사람들을 쏘고 있잖아! 빨리 좀!”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상담원이 총격범의 인상착의를 묻자 통화는 곧 종료됐다. 상담원은 통화가 끊기기 직전까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달라. 지원 인력이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을 사살한 학부모 케일럽 지아만코(36). 사진=AP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을 사살한 학부모 케일럽 지아만코(36). 사진=AP 연합뉴스

이후 지아만코는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 어머니의 산탄총으로 무장한 16세 총격범 그리핀 J. 존 2세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총격범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가는 모습이 처음 목격된 지 약 4분 만인 오후 1시2분께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이는 지아만코가 911에 신고한 지 약 2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총격범은 앞서 잠긴 출입문을 총으로 부수고 학교 내부에 침입해 특수교육 교실에서 학생 3명과 교사 1명을 살해했다. 다른 학생 1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교사 1명도 다쳤다.

당시 특수교육 교실에서는 교직원 1명이 총격범과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고 있었다. 지아만코는 이 과정에서 총격범에게 여러 발을 발사해 추가 공격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총격범을 제압한 지아만코에게 감사를 표했다. 티나 코텍 오리건 주지사는 “그는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영웅적으로 개입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 크랜츠 경찰서장 역시 “교직원과 지아만코의 노력이 더 큰 유혈 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아만코는 사건이 마무리된 뒤 아내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심경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리건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더 일찍 사건에 개입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총격범을 사살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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